Title


특이한 모양을 갖춰라
알레시社는 칫솔서 쓰레기통까지 독특하게 만들어 성공
어떤 분야의 전문 회사로 키워라
日 마부치 모터는 조그만 소음도 허용치 않는 기술로 유명
사람들 머릿속에 유일하다고 떠올리게 하라
방역업체하면 세스코, 프라이팬하면 테팔이 시장 석권
나만의 유일한 제품인 양 생각하도록 만들라
퓨마는 손님이 선택한 색상·천으로 신발 만들어줘

 

지난번 필자의 칼럼에서 차별화를 달성하는 구체적 방안 중 하나로 최초(the first)임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제시했었다. 이번에는 두 번째 방안으로 유일함(the only)을 과시하는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유일함을 내세우는 것은 마케팅적 차별화의 핵심이다. 마케팅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세스 고딘(Seth Godin) '보랏빛 소(purple cow)'처럼 유별나게 돋보이지 않고는, 치열한 마케팅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경고한다. 특허 제도를 만들어 기술이나 디자인의 유일함을 인정받고 보호받으려 하는 것도 '유일함'의 시장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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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케팅에서는 유일함을 표출하려 애를 쓴다. '세계 유일의…' 라는 문구는 가장 파워풀한 광고 문구 중 하나다. 그 브랜드만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제공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보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특이한 모양(unique design)을 갖추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알레시(Alessi)는 주전자, 냄비, 감자깎기 등 주방용품을 판매하는 회사였는데, 필립스탁(Philippe Starck)과 같은 포스트모던한 제품 디자이너들과 협력하면서 디자인 회사로 거듭났다. 그들은 칫솔에서 쓰레기통에 이르기까지 집안의 모든 용품을 색다르게 디자인해 판매한다.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하고 멋진 쓰레기통을 보게 되면 바꿀 생각이 전혀 없었더라도 새로운 것을 구입하곤 한다.

남다른 디자인을 통한 차별화는 미학적인 면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서도 가능하다. 미국인들은 2~3년에 한 번씩 집 안팎을 칠하곤 하는데, 대개 손수 칠을 한다. 그런데 기존의 페인트통은 둥글어 롤러를 담그기 쉽지 않아 페인트를 다른 용기에 덜어 써야 할 뿐 아니라 쓰고 남은 페인트가 말라붙어 나중엔 뚜껑을 열기도 매우 불편하다. 더치 보이(Dutch Boy)라는 회사는 사각의 플라스틱 페인트통을 만들면서 윗부분은 롤러를 직접 굴리며 페인트를 묻힐 수 있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뚜껑을 열고 닫기도 편리하도록 했다. 페인트의 품질로서만이 아니라 독특한 기능적 디자인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이 되었다.

 

롤러를 쉽게 담글 수 없어 페인트가 주변에 잘 묻는 일반 페인트통(왼쪽). 롤러를 직접 굴리며 쉽게 페인트를 묻힐 수 있는더치 보이페인트통.

어떤 분야의 전문적인 회사로 알려지는 것(unique specialty)도 유일함을 표방하는 한 방법이다. 고어텍스(Gore-tex)는 아주 작은 구멍이 무수히 뚫린 천으로서 250만분의 1mm인 수증기는 통과할 수 있지만 1mm 크기의 빗방울은 통과하지 못한다. 그래서 옷 안쪽의 땀이나 증기는 밖으로 나가지만 빗물은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 방수가 되면서 습기도 제거할 수 있는 것이다. 고급 등산복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브랜드의 옷을 사든지 고어텍스 옷감을 사용했는지 확인한다.

일본의 마부치 모터(Mabuchi Motor)는 전기면도기, 카메라, CD나 카세트 등에 쓰이는 소형 모터만을 만들어 왔다. 조그만 소음도 허용치 않는 정밀 모터시장에서 마부치의 기술은 독보적이어서 전 세계 시장의 70%를 쥐고 있다. 이처럼 어떤 분야의 전문적인 회사로 알려지면 소리 없이 세계시장을 제패할 수 있다. 독일의 저명한 경영학자인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은 그들을 '숨겨진 챔피언(hidden champions)'이라고 치켜세운다.

실제로는 유일한 전문업체가 아닐지라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유일하게 떠오르는 기업(unique recall)이 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쥐나 해충을 방제해주는 기업은 많지만, 방역업체라고 하면 세스코(CESCO)가 떠오른다. 프라이팬은 테팔(Tefal)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 전문 회사로 알려진 덕이다. 전문적인 비즈니스 다이어리 회사라고 하면 사람들은 쉽게 프랭클린 플래너(Franklin Planner)를 떠올린다. 각 분야에서 거의 유일하게 머리에 떠오르는 전문 브랜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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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함이나 전문성을 가진 유일한 브랜드가 되는 것 외에 소비자로 하여금 나만의 유일한 제품인 양 생각하도록 만드는 방법이 있다. 제품의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방법(unique manufactur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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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마(Puma)의 몽골리언 슈 바비큐(Mongolian Shoe BBQ)는 소비자가 바비큐 뷔페처럼 식판에 자기가 좋아하는 소재, 색상, 천 등을 선택하여 신청하면 그 사람만의 신발을 만들어 주는 색다른 발상의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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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스톤(Cold Stone) 매장에서는 소비자가 아이스크림과 함께 배합하고 싶은 과일, 견과류, 캔디 등의 재료를 직접 고른다. 직원이 고객 앞에서 그 재료들을 차가운 돌판 위의 아이스크림과 섞어주기 때문에 소비자로 하여금 직접 생산 과정에 동참하였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이미 만들어진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내 입맛에 맞는 나만의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는다는 즐거움에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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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의 라인 중에 A.POC(A Piece Of Cloth)이라는 브랜드가 있다. 이 제품은 두 겹의 천에 옷 모양이 재단되어 있지만, 완전히 재단되지 않고 중간 중간이 이어져 있다. 브랜드명이 말해주듯 고객은 반만 재단된 '옷감 한 조각'을 집에 가져가 이어진 부분을 가위로 잘라내야 비로소 옷을 입을 수 있다. 그럼으로써 고객은 마치 옷의 제작 과정에 참여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되고, 결국 내가 만든 나만의 옷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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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씨의 '사랑'이라는 히트곡에 "이 세상에 하나밖에, 둘도 없는 내 사랑아~"라는 가사가 있다. 유일함에 대해 이만큼 잘 설명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둘도 없는 제품을 쓰고 있다는 생각은 소비자에게 특별한 기쁨을 더해준다.





교수님칼럼
2009.09.12 09:16

[DT 시론] 전문화-컨버전스 공존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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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세대간 가치관이나 생활방식이 지금만큼 다양한 시대는 없을 것이다. 우스개 소리로 고대 그리스시대에도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자유분방한 생각과 생활태도에 못마땅해 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역사의 전개를 보면, `엔트로피, 즉 무질서도는 증가한다'는 물리학 법칙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현대를 살고 있는 여러 세대는 각기 다른 세상변화를 경험한 탓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매우 다르다. 기성세대는 `부지런하고 착하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성공한다는 강한 도덕적 신념을 가지고 살아 온 반면, 신세대는 기성세대로부터 물려받은 가치관과 세계관이 현실과 맞지 않음에 좌절하고 저항하며 방황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전반의 가치혼란은 이번 세계금융위기와 같은 경제적 어려움이 닥칠 때, 더욱 커진다. 왜냐하면, 부모로부터 주입된 세계관으로는 `자신보다 능력면에서 못한 선배가 더 좋은 시절을 구가하고 있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고, `앞선 세대에 비해 훨씬 뛰어난 글로벌 감각과 능력을 겸비한 자신이 좋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치관, 세계관의 혼돈현상은 비단 개인적 삶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경영에 정도를 밟아 왔고, 기업윤리에 입각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 해 온 기업이 키코와 같은 통화옵션 파생상품에 잘못 가입하여 도산하는 아픔을 겪으면서, 올바른 비즈니스 세계관에 대해 심한 가치박탈과 회의를 느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오랜 기간, 지식과 능력을 갈고 닦아야 하는 전문영역에 있어서도 이러한 가치모순 현상은 쉽게 발견되고 있다. 특히 변화속도가 빠르고, 소비가치의 휘발성이 높은 패션이나 대중문화영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우나 가수가 개그맨을 대체하여 전문 게그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빼앗아 가고, 무한도전의 게그맨들이 즉흥적으로 기획제작한 `듀엣가요제'의 노래들이 가요 톱10을 석권, 전문가수나 전문프로덕션을 좌절케 한다.

개인적 삶의 영역뿐 아니라, 경제의 근간이 되는 비즈니스 영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이러한 가치파괴 현상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는 기존의 경제, 사회, 시장메커니즘이 시대 상황적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전문화보다는 다양화가, 집중화보다는 다각화가, 의리와 연대보다는 기회주의적 대응이,짜여진 각본보다는 즉흥적인 기획과 연출이 더 좋은 성과와 보상을 가져다 주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 변화를 저지하고 구속하고 지체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변화에 선대응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점차 고령화되면서,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 온 세대간 가치관, 세계관이 충돌하는 일은 점차 늘어갈 것이며, 이를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사회통합과 경제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따라서즉흥이 지배하는 시대에 세대간 갈등을 줄이고, 전통이라는 문화적 가치와 전문화라는 경제적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통적 가치관과 세계관을 잘 보존해야 한다.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보상이 연줄보다는 전문지식과 능력에 따라 주어지는 경제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일에 그래서 더욱 정진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소비시장 포화와 경제성장 정체에 직면한 세계 경제속에서 우리가, 기존 가치체제의 보전만으로 미래를 보장할 수는 없다. 그것은 현명하지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기회를 발굴하는 기회 포착력을 키우고, 기회가 오면 언제든지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준비성과 순발력을 갖추며, 항상 게임을 내 것으로 주도하는 선도적 창의력을 갖추어야 한다.

컨버전스가 IT영역에서 서비스산업을 거쳐 대중문화, 패션영역 등 경제사회문화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보전과 개발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무한도전의 즉흥 제작곡이 전문 작곡가와 전문 가수의 도움으로 가능했듯,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컨버전스는 모래성만큼이나 위험하다. 전문화와 컨버전스, 전통적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관이 함께 조화롭게 공존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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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속도에 비해 실버산업 발전 더뎌

 

당초 정부는 경제기조를 747 또는 한반도 대운하로 설정했지만 금융위기로 747 달성이 어려워졌고 한반도 대운하는 여론에 밀려 포기했다. 이에 정부는 경제 비전으로 녹색성장을 제시하고 있다. 녹색성장은 경제 개발과 환경 보전이 양립하는 환경 친화적인 경제성장을 의미한다.

지구온난화 등 환경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제거하면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시도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제는 선택의 문제인 만큼 녹색성장이 시급한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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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출산율은 1970 4.53명에서 계속 하락해 지난해 1.19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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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세라면 30년마다 경제활동인구가 40%씩 줄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이며 결국에는 인구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의 자료를 인용한 매일경제 기사에 의하면 2305년에는 한국인이 지구상에서 소멸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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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 파괴를 막고 이를 토대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녹색성장을 범국민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한국인이 한반도에서 사라지면 좋은 환경은 사후약방문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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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와 한국리서치가 최근 공동으로 조사한저출산 인식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90%가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특히정부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얼마나 잘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응답자의 51.7%별로 잘 인식하고 있지 못한다고 답했고 15.6%전혀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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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정부는 나름대로 저출산 문제에 대처해 왔지만 국민의 눈에는 아직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OECD의 출산정책 포커스에 의하면 출산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여성 경제활동참가율도 높다. 이는 가정과 직장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공동조사에서 나타나듯 직장과 가정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문화나 제도적 장치가 형성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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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자녀 양육을 위한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것 외에도 여성이 가정과 직장생활을 병행할 수 있도록 탄력근무제 및 정시퇴근제가 확립돼야 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96년 근로시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한 이래 2007년에는 근로자의 36.1%가 시간제근무를 하고 있으며 여성 경제활동참가율도 90년에는 유럽 국가 중에서 하위권이었으나 2007년에는 71.1% OECD 평균인 61.1%를 웃돌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에도 정책의 우선순위를 용돈 수준의 출산장려금 지원에서 가족친화적인 노동시간제의 확산과 보육시설 확충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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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OECD 국가 중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다. 그러나 실버산업이 갈 길은 멀다. 고령화 사회에 들어서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수요와 이를 충족시키는 일자리가 창출된다. 일본의 경우, 고령자 간병서비스와 소외감에 빠지기 쉬운 고령자에게 동호회나 사교모임을 주선하는 고령자 커뮤니케이션산업 등이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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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는 금융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생존 위험 등을 줄이기 위한 신상품 출시가 예상되므로 고령자를 위한 자산운용 서비스가 개발돼야 한다. 이런 점들을 잘 활용하면 고령화 사회에 적합한 금융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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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산업구조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새로운 수요를 충족시키는 실버산업은 신성장동력산업 차원에서 적극 육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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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산업 육성은 서비스산업 발전을 통한 내수 진작이라는 현 경제기조와 일치한다. 또 현 경제정책이 특정 계층 위주라는 일부 비판의 목소리도 실버산업 육성을 통해 잠재울 수 있다. 지금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가 겪을 문제라는 인식 탓에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현실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
.

[
이상빈 한양대 교수·경영학부
]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20(09.08.26일자)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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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아버지' 코틀러가 던진 8가지 화두

대격동의 시대, 소비자의 영혼에 호소하라

거장(巨匠)의 눈은 세계 경제에 드리운 불황(不況)의 장막, 그 이면(裏面)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불황(recession)은 언젠가 회복되기 마련이지요. 경기(景氣)는 사이클(cycle)이니까요. 타이밍이 문제이긴 하지만…."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78)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집게손가락으로 탁자에 상승과 하강이 반복하는 그래프를 그리며 말했다. 그러다 갑자기 탁자를 손가락으로 톡톡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런 단순한 사이클이 아닙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위협에 끊임없이 노출된다는 것, 바로 격동(turbulence)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격동이란 마치 비행기가 난기류에 휩싸이는 것처럼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돌발사태입니다. 그런데 이런 쇼크가 앞으로 더 자주, 더 예리하게 발생할 것입니다. 세계화와 기술의 발전이 이를 재촉합니다. 따라서 불황이 끝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할까요? CEO가 밤잠을 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24시간 곱하기 7일의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시대는 이전과는 판이하다. 격동의 발생이 일상화돼 '새로운 보편성(new normality)'이 된 시대, 즉 영원한 위기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이 거장의 냉엄한 현실 진단이었다.

 

▲ 일러스트=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마케팅, 나아가 경영학을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사람들에게 코틀러 교수는 경외(敬畏)의 대상이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비즈니스 구루(guru) 1위에 오른 게리 해멀(Hamel)이 코틀러 교수에게 바친 헌사(獻辭)를 들어보자.

 

"MBA 졸업생 중 그의 박학다식한 책을 읽느라 고생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고, 또 대부분 그런 고된 과정 속에서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기업들에게 그의 저서만큼 실질적인 도움을 준 책도 없다." (2008 9월 이코노미스트지)

 

코틀러 교수는 2001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거장' 랭킹에서 잭 웰치와 피터 드러커, 빌 게이츠 다음으로 4위에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비즈니스 구루 6위에 올랐다. 2003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거장 50'에 꼽히기도 했다. 특히 그가 1967년 서른여섯 살에 펴낸 〈마케팅 관리(Marketing Management)〉는 모두 13차례 개정판이 나오며 지금도 많은 대학에서 경영학 교과서로 쓰인다.

 

최근 한국능률협회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코틀러 교수는 따끔한 충고를 던지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많은 기업의 CEO와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성장하고 지속적으로 번영하는 상황, 또 수요가 감소하고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 이렇게 이분법적 시각으로 시장을 봅니다. 이는 아주 구닥다리 방식이에요. 지금은 9•11 테러가 발생하고,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몰려오고, 곧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연이어 덮치는 상황입니다. 이를 구태의연한 그래프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 필립 코틀러 교수 /사진=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그래픽=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코틀러 교수는 기업들의 대응 전략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품 가격을 낮추고, 비용을 줄이며, 신규 투자를 연기하는 식의 전통적인 불황 대응 전략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선 신기술의 탄생이나 법제도의 변화, 금융시스템 붕괴 같은 격동을 재빨리 감지할 수 있는 공식 조직을 가동해야 합니다. 바로 조기 경보 시스템이죠. 또 이를 바탕으로 기업이 처할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만들어 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각 시나리오에 맞는 전략을 마련하고,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미리 준비한 시나리오를 순발력 있게 가동해야 합니다."

 

코틀러 교수는 이를 혼돈에 대응하는 전략이라는 의미에서 '카오틱스 모델(Chaotics model)'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면 얼마든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위기가 일상화된 이 시대에 기업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구체적 방법은 무엇일까? 코틀러 교수는 8가지 화두(話頭)를 던지며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한때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던 스타벅스가 왜 요즘 어려움에 빠졌을까요? 콜게이트치약과 메이필드호텔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세요? 또 불황으로 문을 닫는 병원들이 속출하지만, 메이요클리닉에는 왜 환자들이 몰릴까요?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다 보면, 기업들의 성공 비법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는 위기가 닥치면 누구나 움츠러들기 마련이지만, 그들에게 꼭 한 마디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아무것도 안하면 안된다! (Don't do nothing!)'가 그것이다.

 

"지금 당장 무얼 할까 고민하기보다 5, 10년 후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때 지금을 되돌아보면서 '우리의 꿈이 무엇이었나'라고 하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세요. 지금의 의사 결정이 5, 10년 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미래를 향해 마음을 열어 놓으세요."

 

▲ 필립 코틀러 교수

 

여든 살에 가까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신 사례를 꼼꼼히 분석해 온 열정도 엿보였다. 노학자는 '영원한 현역'을 외치고 있었다.

 

필립 코틀러 교수는 일흔여덟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얼굴에 주름이 적었고, 몸도 탄탄해 보였다. 인터뷰를 위해 호텔 레스토랑의 전망 좋은 창가 자리를 준비했더니, "햇빛 알레르기가 있다"며 구석 좁은 곳으로 옮겨 갔다. 주문한 카페라테가 앞에 놓이자 그는 "이제 준비가 된 것 같다"면서 1시간20분간의 인터뷰를 시작했다(우리는 다음날 3시간에 걸친 강연회를 통해 그를 다시 만났다).

 

 

 

①스타벅스는 왜 매력을 잃었나?

 

2년 전 인터뷰(Weekly BIZ 2007 8 11일자)에서 스타벅스를 가장 스마트한 기업으로 꼽았던 걸 기억하시는지요? 하지만 요즘 스타벅스는 많이 어렵습니다. 당시 교수님의 평가가 틀렸던 건가요?

 

"그때 스타벅스의 사업 모델은 아주 훌륭했습니다. 사무실과 집의 중간쯤 되는 새로운 공간을 제시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지요. 친구들과 노닥거리면서 비싸지만 다양한 커피를 즐길 수 있고, 책을 보고 일을 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그 뒤, 특히 경기 침체가 시작되는 시점을 전후해 스타벅스는 중요한 실수들을 하게 됩니다. 그 원인들을 분석해 보면, 격동의 시대에 성공의 비결과 실패의 원인을 찾을 수 있지요."

 

―교수님께서 발견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상황이 변했습니다. 바로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죠. 맥도날드나 던킨도너츠 같은 경쟁사가 질 좋은 커피를 내놓은 것입니다. 매장도 완전히 고쳐서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게 됐어요. 그때도 스타벅스는 아마 '햄버거나 파는 맥도날드가 우리를 위협하겠어?'라고 자만했을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경쟁자의 출현이라는 일종의 격동(turbulence)을 만났는데, 이를 감지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전의 성공에 도취돼 혁신을 소홀히 했습니다. 매력 있는 신제품을 개발하지 않았고, 기존 제품에 어떠한 변화도 주지 않았어요. 초기의 창업 정신도 희석됐습니다. 예전엔 직원들이 고객 이름을 직접 친근하게 부르며 맞이했는데, 이젠 사람들이 많이 몰리니 기계적으로 주문을 받아 커피를 건넬 뿐입니다. 또 에스프레소 머신을 많이 들여 놓으며 아늑함은 점차 사라지고, 소음만 늘었어요. 사람들은 결국 '저렇게 긴 줄에 들어가서까지 사 먹어야 하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성공이 결국 실패 원인이 된 것입니다. GM의 몰락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GM은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겁니까?

 

"GM은 자살한 셈입니다. 너무 편협한 시야를 가지고 있었고, 또 너무 자만했어요. 그래서 자기 눈을 가리고 있었어요. 예전엔 대형차를 만들어도 잘 팔렸습니다. 예전부터 소형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지만, 절박하게 생각하지 않고 대충 만들었지요. 정부가 연비(燃費) 기준을 높이려고 하면 로비하기에만 급급했어요. 소비자의 요구를 외면하고 정유회사와의 관계에 더 신경을 썼어요. 이런 것이 기업의 체질이 되고, 문화가 되어 버린 것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코틀러 교수는 잠깐 말을 쉬더니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Collins)의 최신작 〈위대한 기업은 어떻게 망하는가(How the Mighty Fall)〉를 한번 읽어 보라고 권했다. 이 책은 기업이 망하는 과정을 5단계로 요약했다. 즉 성공에 대한 자만심무절제한 성장위험 신호 무시무분별한 회생 방안사라지거나 명맥만 유지 단계로 이어진다.

 

―지금 GM처럼 존폐의 위기에 몰렸거나 스타벅스처럼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이런 일이 발생할 때는 세 가지가 중요합니다. 먼저 사람입니다. 닛산(Nissan)을 수술한 카를로스 곤(Ghosn)처럼 GM의 낡은 문화를 바꿀 수 있는, 즉 변화의 동인이 되는 사람(change agent)이 필요합니다. 둘째,브랜드가 관리되어야 합니다. 제가 만약 GM CEO라면 경쟁력 없는 어중간한 브랜드는 모두 정리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핵심역량을 찾아 구조를 개편(recomposition)하는 것입니다. GM은 자기의 사업을 승용차 제조로만 국한하면 안 됩니다. '대중의 교통수단을 개선하는 회사'로 회사의 사명(mission)을 재정의하고, 버스나 기차 같은 것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②남성복 업체 조셉 뱅크는 불황기 소비자의 지갑을 어떻게 열었나?

 

―그럼 요즘 같은 불황에서 성공하는 기업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미국에 조셉 뱅크(Jos.A.Bank)라는 남성복 업체가 있어요. 이 회사는 최근 양복 구입자가 비자발적으로 직장을 잃으면 최대 199달러까지 돈을 돌려주고, 양복도 돌려받지 않겠다는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그 양복을 입고 직장을 구하라는 뜻이지요. 이 캠페인 후 매출이 꽤 늘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현대자동차가 실직하면 차를 되사주겠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마케팅이네요?

 

"맞습니다. 현대차의 마케팅도 성공적이지요.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니즈(needs)입니다. 격동의 시기가 닥치면 이전에 없던 새로운 니즈가 생깁니다. 실직(失職)에 대한 두려움이 바로 그런 겁니다."

 

―실직의 공포 이외에 다른 새로운 수요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제가 자동차 회사의 CEO라면 이런 것도 한번 해보겠어요. 지금 구매한 차의 가격이 나중에 떨어지면, 그 차액을 보상해 주는 겁니다. 소비자들은 불황이 지속될 경우, 상품 가격이 나중에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구매를 미루고 있습니다. 이런 니즈를 파고드는 것이지요."

 

그는 강연에서 경기 침체기에 기회를 거머쥔 기업의 예로 멕시코의 한 호텔을 꼽았다. 신종 플루로 관광객이 줄어들자 이 회사는 색다른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 호텔에 투숙한 뒤 신종 플루에 감염된 고객에게는 앞으로 3차례의 휴가 패키지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③미국 환자들이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에 몰리는 이유는?

 

―새 수요를 파악한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경쟁사와 차별화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미국 종합병원 중에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이 있습니다. 이 병원은 환자가 오면 다양한 전공의 의사들과 과학자, 헬스케어 전문가들이 팀을 이루어 진료를 합니다. 환자는 다각적인 진료를 한번에 받을 수 있지요. 이런 장점 때문에 돈 있는 환자들이 이 병원에 몰리고, 불황에도 타격이 거의 없지요."

 

메이요 클리닉의 핵심 가치는 '고객이 최우선(The needs of the patient come first)'이다.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72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년보다 4.3% 정도 성장했다.

 

―서비스의 품질이 경쟁력이군요.

 

"발상의 전환이 중요한 것이지요. 예전엔 의사는 자신의 진료실에 있고, 환자가 돌아다니며 진료를 받는 게 당연한 것처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여러 의사들이 함께 들어오면 시간도 줄어들고 훨씬 정확한 진료를 받을 수 있지요.

 

가격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맥도날드는 기존 햄버거의 반값 수준인 타코(멕시코식 샌드위치) 메뉴를 출시해 햄버거 살 돈조차도 없는 사람을 끌어들였어요. 반면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햄버거 가격이 부담스러운 소비층에는 별로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요즘 맥도날드 매출이 작년보다 6~7% 정도 늘었어요."

 

 

 

④콜게이트치약과 메리어트호텔의 공통점은?

 

―불황에는 역시 저가(低價) 제품이 위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저가에만 집중해서는 곤란합니다. 불황 이후도 생각해야지요. 그런 점에서 콜게이트치약과 메리어트호텔의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방식인가요?

 

"콜게이트치약의 가격은 1.3달러부터 5.5달러까지 다양합니다. 이번 경제위기로 4~5달러대 고가 제품의 매출은 줄었지만, 중저가 제품은 늘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호황이 오면 반대 현상이 나타나겠지요. 메리어트호텔도 다양한 가격대의 호텔 체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메리어트호텔의 하룻밤 객실료는 200달러 정도입니다. 하지만 같은 호텔 체인인 코티야드호텔의 객실료는 120달러 수준입니다. 이것도 비싸다면 80달러짜리 페어필드인으로 가면 되지요.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가지고 있으면 호황과 불황에 모두 대비할 수 있고, 그만큼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겁니다."

 

 

 

⑤벽돌과 시멘트로도 차별화할 수 있다고?

 

―일반 소비재가 아니라 다른 기업에 물건을 파는 B2B 회사들은 어떻게 차별화할 수 있나요?

 

"멕시코의 세계적인 시멘트 기업 시멕스(Cemex)를 볼까요? 시멘트를 마케팅한다는 게 좀 우습게 들릴 수 있지요. 하지만 이 회사는 이런 선입견을 깼습니다. 이 회사는 멕시코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땅을 살 수 있도록 대출을 도와주고,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설계도도 제공하고, 벽돌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시멕스는 멕시코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됐습니다."

 

B2B 마케팅에 성공한 다른 사례도 있나요?

 

"미국에서 건설용 벽돌을 만드는 아크미 벽돌(Acme Brick)이라는 회사가 있어요. 이 회사는 자신들이 생산한 벽돌에 대해 100년간 보증을 해줍니다. 100년 동안 만약 벽돌에 하자가 생기면 적절히 보상해 주겠다는 내용을 담은 증서를 집주인에게 주지요. 그런데 실제 벽돌에 문제가 생겨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는 적다고 합니다. 결국 아크미 벽돌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튼튼하다는 점을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었지요."

 

 

 

⑥불황기엔 줄여야 한다. P&G는 마케팅 비용을 어떻게 줄였나?

 

―위기가 닥치면 기업은 움츠러들게 됩니다. 비용 절감은 어떤 식으로 해야 하나요?

 

"가장 잘못된 것은 전 부서에 대해 일률적으로 예산을 20% 삭감하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부서장은 또 각 팀장에게 무조건 20%씩 깎으라고 하지요.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회사의 장점과 강점을 없애게 됩니다. 무서운 일이죠. 최근의 한 연구를 보면 불황기를 맞아 전면적으로 지출을 삭감한 기업의 약 48%가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빼앗겼거나 사업에서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떤 부분이 불필요한지를 가려 내야 합니다. 마케팅 비용이 너무 높은지, R&D 비용이 너무 많은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죠. 이전의 관행을 모두 무시하고 제로 베이스 예산 편성(zero-based budgeting)을 하라는 겁니다."

 

―구체적 사례를 든다면?

 

"지난 2000 A.G.래플리(Lafley) 회장이 P&G CEO 자리에 올랐을 때,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그는 마케팅 비용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았어요. 상품 구색이 지나치게 많았고, 현지화가 너무 과도해 제품 포장이 나라마다 다르고 제품에 들어가는 원료까지도 다 달랐지요. 많은 기업이 로컬화하기를 바라지만, P&G는 도가 지나쳤던 거죠. 그 결정을 국가별 책임자들이 내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래플리 회장은 원료 배합과 포장의 표준화를 추진했습니다. 제품의 종류도 줄였습니다. 세제라면 그에 들어가는 향()의 종류도 줄였습니다. 또 매출이 적은 브랜드는 과감히 포기해 세제(洗劑) 브랜드는 10여개에서 6개로 축소했지요. 그렇게 해서 전체 예산 중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25%에서 20% 수준으로 낮추었습니다."

 

 

 

⑦격동기 기업엔 왜 여성 임원이 더 필요한가?

 

―기업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를 빨리 감지해야 합니다. 어떤 노하우가 있나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요. 방법이 너무 많기 때문에 여기서는 원 포인트 레슨을 할게요. 당장 기업 임원진의 여성 비율을 높여 보세요."

 

―이유가 뭔가요?

 

"여성이 남성보다 주변 시야가 더 발달해서 위기를 빨리 감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퍼마켓에 가서 기저귀를 사오라고 한번 시켜보세요. 남성은 기저귀와 자신이 좋아하는 맥주만 사서 올 겁니다. 하지만 여성은 이것저것 훑어보고,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살펴볼 겁니다. 2000년대 초 노르웨이는 대기업의 경우 이사회의 40%를 여성으로 해야 한다는 법을 제정했지요. 이건 성() 평등뿐 아니라 기업을 위해서도 아주 좋은 조치입니다."

 

 

 

⑧ 왜 마케팅 3.0인가?

 

―교수님은 오랫동안 마케팅의 진화 과정을 지켜봐 왔습니다. 그 과정을 요약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초창기의 마케팅은 소비자의 생각(mind)에 호소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우리 회사 세제의 세탁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고객이 합리적이라면 품질 좋은 세제를 산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런 방식을 저는 '마케팅 1.0'이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한발 나아간 '마케팅 2.0'은 감성(heart)을 자극하는 것이지요. 이 브랜드의 옷을 입으면 당신도 세련된 패션리더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겁니다."

 

▲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 교수

코틀러 교수는 궁극의 마케팅으로 '마케팅 3.0'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저는 지금 〈마케팅 3.0〉이란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3.0'은 사람들의 영혼(spirit)에 호소하는 것입니다. '환경에 신경 쓰고, 사회에 대해 동정심을 보여주는 기업이라면 내게 특별한 혜택을 주지 않더라도 그냥 좋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요즘의 소비자들입니다. 현명한 기업들은 그런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마케팅 3.0' 입니다. 이런 기업이 되려면 품성(character)과 진정성(authenticity), 그리고 배려하는 마음(caring)을 조직의 DNA에 심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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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감독 개편은 정치적으로 나눠 먹기식보다 '시스템 리스크' 억제 통한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이 가장 중시돼야"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인간의 탐욕이라고 할 때 이런 인간의 탐욕을 사전에 제어하지 못한 감독의 부실이 지금 도마 위에 올랐다. 위기의 진원지가 미국인 만큼 최근 오바마 정부는 금융 감독 개혁안을 발표하였다. 미국의 금융시장 및 제도가 가장 선진화되었다고는 하나 금융 감독에 관한 한 미국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이런 문제점들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이의 해결이 정치적인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어져 오다가 이번 위기로 결국 개혁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

미국 금융개혁안의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금융회사 사이에 칸막이가 허물어지고 있어 감독기관의 통합이 최근 조류이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은 중소형 은행을 감독하는 OTS와 대형 은행을 감독하는 OCC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형 은행과 대형 은행은 규모의 차이가 있지만 은행인 만큼 감독기관이 다를 이유가 없어 이의 통합은 때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현물시장 감독기관인 SEC와 선물시장 감독기관인 CFTC의 통합은 이번에 빠져 미국의 정치적인 이해타산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짐작할 수 있다
.

둘째, 금융시장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시스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거시 건전성 감독이 FRB에 집중되어 있다.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시장 전체의 건전성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분리할 수 없는 사안인데 거시건전성 감독은 FRB, 개별기관의 건전성 감독은 여러 감독기관이 나누어 담당하면 이는 감독 중복을 초래할 수 있고 효율적인 감독에 배치될 수 있다
.

셋째, 파생상품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종전에는 금융의 역할이 자금 중개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금융의 역할이 점점 위험의 중개 및 변환으로 이동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의 기대수명이 점점 연장됨에 따라 우리는 불확실한 노후생활에 대한 위험에 처해 있다. 이러한 위험을 헤징해 주는 역할이 바로 금융이다. 이러한 위험 헤징에 파생상품이 필수적이지만 파생상품에 내재된 위험 관리가 실패해 현 금융위기가 초래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감독의 역량이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야 하나 그러하지 못하면 선무당이 사람 잡는 식으로 시장의 창의성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
.

금융 감독 개혁에 관해서는 우리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다행히 우리는 1998 IMF 위기 극복을 위해 금융 감독기관의 통합을 이루었고 10여 년간 운영해 본 경험이 있어 금융감독에 관한 한 미국보다 한 수 위라고 자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금융 감독제도도 개혁이 필요하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수장을 겸임하게 하자는 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되어 있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의 역할 분담이 어떻게 정립되어야 하는지? 금융 감독 외에 정책 및 법령을 다루는 금융위의 조직형태가 과연 위원회 조직으로 적합한지? 국내금융과 국제금융의 감독기관이 분리되어야 하는지? 거시 건전성 감독의 주체는 한국은행이 되어야 하는지? 그렇게 될 경우 개별 금융회사에 대한 독자 검사권을 한국은행에 부여해야 하는지? 각국에서 논의하고 있는 금융 감독 개혁 방안과 우리의 현 금융 감독제도와 배치되는 면은 없는지? 등 우리도 살펴볼 게 적지 않다
.

금융 감독제도에 관한 논의가 있을 때마다 금융 감독의 권한을 어떻게 나누어 갖느냐? 즉 금융위, 금감원 및 한국은행 등 감독기관 간 밥그릇 싸움이라는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금융 감독의 대상이 되는 개별 금융회사 내지 금융 감독의 최우선 목표인 금융소비자 보호의 대상자인 국민은 들러리에 불과하였다. 이제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 감독 개혁의 방향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감독의 최고 목표 달성에 무엇이 효과적인지를 찾고, 더 나아가 피감독기관의 편의성 제고와 이를 통한 금융시장의 창의성 고양에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기회에는 정치적으로 나눠 먹기식 개편은 지양되어야 한다
.

[
이상빈 객원논설위원 /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

2009.06.23 17: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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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3사 간의 치열한 경쟁은 중국의 고전삼국지에 빗대어지곤 한다. 이동통신 3사와 그 계열사를 포함한 거대 통신그룹 간의 경쟁은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맞아 지상파방송ㆍ케이블TV 등 다른 매체와의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거대 통신 그룹들은 정체된 통신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인터넷TV(IPTV)라는 새로운 방송 매체 산업에 진출했고 초고속 인터넷, 집 전화(또는 인터넷 전화), 이동 전화 등 기존의 3종 결합 서비스(TPSTriple Play Service)를 넘어 4종 결합 서비스(QPSQuadruple Play Service)를 선보였다.

기존 망 임차형태로 진출 가능


거대 통신기업의 IPTV 진출로 TV 방송 매체(DMB 제외)는 지상파TVㆍ케이블TVㆍ위성방송 등 3개에서 4개로 늘어났다. IPTV는 통신망(network)을 이용한 파생 상품이자 케이블TV 등과 피 튀기는 가입자 유치 경쟁을 해야 하는 유료방송 매체다. 지상파방송사와도 지상파 채널 재송신에 따른 대가 등을 둘러싸고 마찰을 겪고 있다.

물론 거대 통신그룹의 IPTV 진출은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방송 사업자와의 협력관계도 요구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방송 콘텐츠를 지상파방송사, 케이블TV 등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채널 사용 사업자(PP)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쟁의 원천은 망이다. 통신 사업자는 정부로부터 불하 받은 대지에 거미줄 같이 방대한 수로()를 구축했다. 수로는 땅을 비옥하게 해 다양한 산물(QPS)을 얻을 수 있게 하고 대다수 국민에게 산물을 전달할 수 있는 근간이 돼 왔다.

반면 지상파방송사들은 수로의 한계로 다양한 결합 자체가 불가능하다. 케이블TVㆍ위성방송 사업자들도 지금으로서는 이동통신사업 진출이 불가능하다.

TV
수신을 포함한 결합 상품을 둘러싼 여러 이슈 중 소비자 편익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 것이 기존 이동통신사의 망을 임차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의 탄생이다. MVNO가 제4, 5의 이동통신 사업자로 등장하면 경쟁이 활성화돼 가입자들은 다양하고 풍부한 서비스, 궁극적으로는 요금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계 소비지출 가운데 이동통신 요금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시장과 소비자 편익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클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파급 효과가 현실화되려면 규제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많은 요소가 있다. 우선 이동통신망 구축에 수조원을 투자해야 하는 위험 부담 없이 시장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MVNO 시장에 효율적이지 못한 사업자들이 진입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MVNO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할 때 MVNO 제도의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해외 성공사례들도 유통망, 브랜드의 장점 또는 틈새시장의 전략적 공략, 운영 효율화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망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그 대가를 부당하게 높게 결정ㆍ유지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인 지침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범세계적인 탈규제화 추세 속에서 사전에 이용 대가를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겠지만 사업자 간의 협상에만 맡겨두면 분쟁 발생과 사업의 지연, 초기투자 회수의 실패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다만 사전에 이용 대가를 세세히 설정하는 것은 급속한 시장의 변화를 수용하기 어렵고 더 복잡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지침을 설정하고 나머지는 사후 규제의 손에 맡기는 것이 더 수월할 것이다.

비효율적인 사업자는 배제를


MVNO
는 망 자원의 효용을 국가적인 목적으로, 국민을 위해 극대화할 수 있는 한 방법일 수 있다. 다만 MVNO의 도입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늦어져 사업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연내 출범은 쉽지 않아 보인다. 모두의 혜안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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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 학풍을 내세우고 있는 한양대 경영대의 예종석 학장은 단순한 학자가 아니라 사회가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교육 목표라고 말한다. 실제 이러한 학풍은 기업들이 한양대 경영대 졸업생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한양대 경영대생의 공인회계사(CPA) 합격률도 크게 올랐다며 예 학장은 제자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요즘과 같이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학생들이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자격증, 연수, 공모전 입상 등을 성취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현대사회에서 경영학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 배경을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경영학의 필요성은 현대사회에서 강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경제학자들이 경제 발전에 많이 참여했지만 현재는 기업들이 경제 발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업들의 실질적인 활동을 통해 경제 발전이 이뤄지는 체제입니다.

경영학은 효율성을 찾는 학문입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도 공적인 이익과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비영리단체도 경영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최고경영자(CEO) 대통령이 나오는 이유도, ‘대학 총장도 CEO’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졸업 후 기업에 취직합니다. 기업들은 준비된 인재를 찾고 있기 때문에 경영학의 인기가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 따라서 경영대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경영대로 모이게 되는 거죠.

한양대 경영대가 최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중점 사업은 무엇입니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국제화입니다. 국제화에 시동을 건 지 얼마 안 돼 흡족한 수준은 아니지만, 올해 외국인 교수 4명을 영입하고 20개 외국 대학교와 교류 협정을 맺으며 학생 교류를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교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을 자주 찾습니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의 교류 협정도 맺었습니다.

또한 현재 20% 정도인 영어 강의 비율을 50%까지 늘릴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외국인 교수도 더 많이 충원할 계획입니다. 얼마 전 프랑스의 대학에 가 보니 영어 강좌가 많이 늘었습니다.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프랑스는 예전에 영어 강좌가 없었습니다. 국제 기준에 맞추려면 영어 강좌를 늘려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이죠. 우리 학교도 영어 강좌를 통해 해외 학생을 더 많이 유치하고 우리 학생도 외국에 나가 쉽게 적응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또한 국제화 사업의 일환으로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의 인증 작업도 막바지 단계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 쪽의 인증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말 제1회 멘토링 프로그램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행사에 대한 반응이 어땠습니까.

한양대 70년 역사에 경영대는 50주년이 됐습니다. 한양대 경영대 졸업생은 약 3만 명에 이르며 각계각층에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경영대 동창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배들의 다양한 경험을 후배들이 전수받고 학교의 외연을 넓히는 활동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했습니다. 행사 전 참가 신청 때부터 많은 졸업생들이 몰렸습니다. 갓 졸업한 동문에서부터 70대 대선배에 이르기까지 재학생 후배들에게 다양한 조언을 해 줬습니다. 서로 지속적으로 만날 약속을 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학교는 기업에 몸담고 있는 선배들과 재학생들이 관계를 활발히 맺을 수 있도록 연결만 해 줬습니다.

경영대들 사이에 저명한 교수 영입 경쟁이 치열합니다.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국내외 우수한 교수를 유치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외국 교수와 우리나라 교수의 월급이 차이가 크다는 것입니다. 3배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에 모셔 오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금전적인 대우 외에 다른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산학 협동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의 고위 관리를 겸임이나 특임교수로 모셔 강의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타 대학에서 퇴임했지만 저명한 교수는 석좌교수로 모시기도 합니다.

연구 지원도 많이 늘린 편입니다. 최근 결정한 사항으로 신임 교수가 과학색인인용(SCI)급 논문을 쓴 경우 2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논문이 게재되는 저널의 수준에 따라 재정적 지원을 하거나 강의 등을 줄여주고 있습니다. 강의가 우수한 교수에게는 안식년을 자주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등 성과에 따른 차등 제도를 많이 도입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기부문화연구소장도 겸임하고 있습니다. 경영대 차원의 기부금 유치 노력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기부 문화의 토양이 척박합니다. 더욱이 대학에 대한 기부가 적은 편입니다. 외국은 동창 기부금이나 정부 지원이 큰 편입니다. 미국 하버드대는 30조 원에 가까운 기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은 국내 타 대학에 비해 기금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선진국 대학에 비하면 부족합니다. 최근 기부금 확대를 위해 경영관 현관에 명예의 전당을 만들었습니다. 고액 기부자나 사회인으로서 학교에 업적을 세운 분의 이름을 여기에 새길 것입니다. 또한 졸업생들이 십시일반으로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기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부 입학제에 대한 논의가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기부 문화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기부 입학제는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균등한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기부자로 인해 혜택을 누리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면 찬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부금으로 입학했다고 하더라도 성적이 좋지 않아 따라오지 못한다면 졸업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는 하향 평준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명의 못 가진 자를 위해 여러 명이 희생해야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죠. 기부입학제의 경우도 정책 결정자들이 전향적으로 생각하고 국민들을 잘 설득한다면 이를 통해 혜택을 누리는 이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많은 학장님들이 대학의 규제 완화 및 철폐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학장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너무나 당연한 얘기입니다. 사회 모든 부문에서 자율 바람이 불고 있는데 대학에는 이러한 변화가 약합니다. 대부분의 규제를 다 풀어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남겨놓아야 합니다. 규제의 수준이 심각합니다. 예를 들면 경영전문대학원의 본질을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규제 정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경영전문대학원은 직장인들을 위한 것이므로 야간에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현재 이 과정을 주간에만 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 대학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어요. 주간 학생에 맞춰 경영전문대학원을 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규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일은 대학에 맡겨야 합니다. 모든 것을 규제하려고 하면 정부가 비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학장으로서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학장직에 오른 지 만 2년 됐습니다. 학장은 임무가 많기 때문에 아주 고된 자리입니다. 그리고 요즘 대학은 큰 변혁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장은 이제 사방으로 뛰어다녀야 합니다. 해외 출장도 많고 하루 종일 회의를 여는 경우도 있고 한 학기 9학점을 가르쳐야 합니다. 대학이 커지다 보니 최근 몇 년 동안 교수의 수가 배가 됐고 행정적 업무는 폭주하고 있습니다. 저녁에는 비학위 과정에도 관여해야 합니다. 이러한 일들을 책임지고 진행해야 하는데 인사권, 예산권 등 재량권은 별로 없습니다.

예종석 학장은

1953
년생.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과 졸업. 인디애나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박사. 89년 한국소비자연구회 편집위원장. 98년 제일모직 사외이사. 에스콰이아문화재단 이사. 2001년 두산 사외이사(). 한양대 경영연구소 소장.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대 경영대 학장 겸 글로벌경영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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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근로시간 계좌제 도입 검토해야
이상민<미래전략연구원 산업노동전략센터 연구위원·한양대 경영학부 조교수>

최근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근로시간 유연화의 핵심 방식은 수요의 변동이나 근로자의 개인적 요구와 같은 근로 환경 변화에 따라 경직적인 정규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것이다. 유연 근로시간제도를 도입하기 위하여 노사 합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수요의 변동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시간 조정을 요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근로자는 개인 필요에 따라 가능한 범위 안에서 자신의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근로시간을 실질적으로 유연화하는 제도로 근로시간계좌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근로시간계좌제는 근로자들의 매일 정규 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의 차이를 개인 근로시간계좌에 저축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근로시간이 정규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 차이만큼 근로시간계좌 잔고에 가산되고 그 반대는 차감된다. 근로시간이 누적되면 근로자는 단기 혹은 장기 휴가를 보낼 수 있다. 반면 차감된 근로시간이 쌓인다면 추가적으로 근무하여 해소해야 한다. 근로시간계좌제를 통하여 기업은 연장수당 지급에 필요한 인건비를 절감하고 인력 운용을 최적화할 수 있다. 근로자는 소득 감소를 감수해야 하지만 수요의 급격한 감소에서 기인하는 정리해고의 위험을 줄여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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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통합 KT가 지난 6 1일 출범하면서 SK그룹과 결합상품 출시를 통한 본격적인 요금경쟁이 시작되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통신업계 결합상품 대전'과 같은 전쟁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이제 조만간 LG그룹에서도 새로운 결합상품을 선보이게 되면, 통신 3그룹간 요금 경쟁은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결합상품은 개별 상품을 별도로 지불할 때보다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는 면에서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한 시장의 지배력이 다른 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과거 우리 정부에서 결합상품에 제한을 두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부정적 효과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정부 정책 기조는 사전적이고 직접적인 규제 대신에, 경쟁 활성화의 조건을 만들어주고, 경쟁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의 여부만 체크하는 선진국형 규제 관리 체계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결합상품에 대한 규제는 대폭 완화되었고, 실제로 지난 5월 하순 방통위는 결합상품의 요금할인 효과가 2008 7.95%에서 2009 9.27% 1년 사이에 1.32%포인트가 높아졌고, 실제 요금 할인액도 75억원에서 286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소비자들은 앞으로 결합상품 할인 경쟁이 더욱 가열되면 요금할인 폭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과거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선거철이 다가올 때마다 통신 사업자측에 인위적인 요금인하 압력을 행사하여 왔다. 이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가계비 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 서민들이 압박을 받고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하여,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을 것이라는 포퓰리즘적 아이디어에 기인한 바가 크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06년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은 13 1699원으로 전체 가계비 지출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세 배가 넘는 수치이다. 다행히도 2008년의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이 수치가 4.4%로 다소 낮아졌으나, 통신비 과다 지출의 우려가 완전 해소된 것은 아니다
.

그런데, 가계통신비 지출이 높다는 사실에 우리가 지나치게 얽매이면, 중요한 사실을 놓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세계 1위의 정보화 사회이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1위이며, 또한 무선데이터의 이용량도 세계 1위이다. 미국이나 유럽 세계 선진국들은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만큼 휴대전화를 교통정보, 주식시장정보 및 휴대폰결제의 수단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 또한 벨소리, 통화연결음악 등과 같은 부가시장 창출에 있어서도 우리나라는 탁월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 결과 무선사업자의 매출비중에서 무선데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영국의 3.8%나 프랑스의 3.5%보다 월등히 높은 15.1%에 이르게 된 것이다. , 우리나라의 가계통신비 지출에는 교육용 콘텐츠, 음악, 게임 등의 문화비지출과, 전자상거래의 발전된 단계인 모바일 커머스 지출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높은 통신비 지출을 사회악처럼 여기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

물론 통신사업자들의 행태가 일반국민들의 오해와 불신을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프로모션 요금제의 할인기간이 끝날 때에 아무런 통보가 없어 골탕을 먹은 소비자들이 많고, 청소년 자녀를 둔 가정에서는 통신비 과다 청구의 문제를 한번쯤은 겪었다고 한다. 이러한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문제제기와 해결책을 요구하여야 할 것이며, 만약 통신 사업자들이 비도덕적일 수 있는 방법으로 이윤을 추구하려 한다면 이는 공정거래에 위반되는 것으로 정부는 당연히 제재를 하여야 할 것이다
.

통신비 20% 인하공약을 제시했던 현 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써 1 6개월이 다 돼 가고 있다. 다행히 우려했던 것과 같은 인위적 가격인하 정책은 없었으나, 간혹 정치권 일부에서 이동전화 기본료나 문자 요금을 내리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인위적인 요금규제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

정부가 규제 완화와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요금 인하를 이끌어내려 할 때에는 인내심을 가지고 시장을 믿어야 할 것이다. 기한을 정해 놓고 그때까지 몇 %의 가격인하를 하겠다고 목표를 세우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가시적인 요금인하를 끌어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켜 새로운 서비스 및 기술의 개발을 저해하게 된다. 정치권이 민간 기업의 의사 결정에 직접 개입하려 하면,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을 정부규제 리스크가 큰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므로, 기업 투자 유인에 얼마나 큰 장애가 될 수도 있다
.

현재 요금규제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방통위에서도 과거처럼 인위적인 요금인하 규제 대신 사업자간 경쟁 활성화를 통한 자율적인 요금인하 유도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매우 바람직한 정책방향이라고 여겨진다. 만약 정부가 보기에 요금 인하의 폭이 충분하지 않다고 여겨진다면, 인터넷전화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여 유선시장 경쟁 확대,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도입을 통해 무선시장 경쟁확대, 재판매 확대, 가입자인증모듈(USIM) 잠금해제 등의 정책을 펴 나가는 것이 시장경제 원칙에 충실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시장지배력 남용방지나 공정경쟁 여건 조성 등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를 통해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지원역할에 충실하고, 국회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를 감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할 때 바람직한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이다
.

인위적인 요금인하 요구라는 어제의 유물을 폐기하고, 이제는 사업자 스스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품질과 요금경쟁을 벌이고 그런 경쟁을 통해 소비자로부터 선택받는 사업자가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확고히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바라건데 하루빨리 이런 시스템이 정착되어 정치권 등에서도 다시는 "통신요금 인하 공약"이 제기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교수님칼럼
2009.06.07 00:31

[경제칼럼] 금융감독 재편 논의 겉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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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가 도래할 때마다 금융감독에 관한 논의가 등장한다.

첫 번째 논의는 지난 4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를 통과한 한은법 개정이다. 이의 주요 내용은 한국은행의 목적에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은행이 금융안정 기능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에 제한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은행 직접검사권을 부여했고 비은행 금융기관에도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

두 번째는 국회 정무위원장의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 발의다. 이의 주요 내용은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겸임을 허용하고 금융감독위원회에 금융정보공유위원회를 설치하자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금융감독의 기초가 되는 금융 검사는 금감원이 담당하고 금융감독은 금감위가 총괄하고 있어 양 기관 간에 일어나는 엇박자를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겸임을 통해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 개정안은 금융감독 관련 기관인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및 예금보험공사 사이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금융정보공유위원회를 설치해 불필요한 기관 간 마찰을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

금융이 경색돼 돈이 잘 돌지 않을 때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 금융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러나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한국은행의 속성상 금융안정을 위해 돈을 푸는 것은 지극히 예외적인 현상으로 이해돼야 한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미증유의 금융위기 대처 방안으로 한국은행의 목적에 금융안정을 추가하는 것은 한국은행의 본래 목적인 물가안정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

본래부터 정치권 및 정부는 되도록 돈을 풀어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경향이 있어,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보장돼왔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목적에 금융안정이 추가되면 돈을 풀라는 외부 압력에 한국은행이 대처하기 곤란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

이와 같이 예외적인 상황을 위해 한국은행에 은행 직접검사권 등을 부여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느슨한 미국의 감독이 도마 위에 올라 있다
.

미국에서는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감독기관이 통합되지 못하고 분산돼 있어 효과적인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지난 외환위기 때 감독기관 통합이 이뤄졌지만, 제대로 된 통합이 이뤄지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감독기관 통합에 역행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시계 바늘을 반대로 돌리려는 행위에 비견될 수 있다
.

금융감독에 대한 개편 논의는 향후 금융 산업의 방향과 맥을 같이해야 한다. 향후 금융 산업은 정보화, 증권화, 국제화, 대형화, 전문화의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데 대부분의 견해가 일치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금융환경의 변화를 수용할 금융감독 체제는 통합화다. 은행, 보험 및 증권 등 금융 산업 간의 경계가 점차 없어지고 또 금융의 국제화로 국내 금융 및 국제 금융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따라서 금융감독 체계 통합을 통해 감독의 효율성 및 전문성을 제고해야 감독의 최고 목표인 금융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할 수 있다
.

미국에서 초래된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미국의 느슨한 감독 체계가 거론되고 있고 이와 더불어 현 정부가 집권하면서 개편한 금융감독 체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현재의 감독 체계를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고 이는 바로 대통령 직속으로 구성될 금융시스템 개편 태스크포스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지금까지 국민들의 눈에 비친 감독에 관련된 논의는 관련 기관들 간 영역다툼 성격이 짙었다. 따라서 이번에 금융시스템 개편이 논의된다면 이런 국민의 우려를 불식하고 향후 금융 산업의 변화 및 감독 대상이 되는 금융기관들의 편의 측면에서 접근돼야 한다. 현행 금융감독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에 기초하지 않고 표면상으로 나타나는 문제점만을 해결하고자 하는 땜질씩 처방은 또 다른 금융감독 개편 논의만 만들어 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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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말 녹색성장이 화두로 대두되면서, 2009년의 정부정책은 온통 그린으로 칠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한때 블루오션이 시대적 요구와 맞아떨어지면서, 온통 세상이 푸른 빛 바다이야기로 점철되었던 기억이 난다.

 

색깔을 통해서 뜻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붉은 색이 냉전시대의 공산주의 체제를 상징한 것은 이미 반세기가 훨씬 넘었고, 국가마다 대국민소통에 다른 색깔의 상징을 활용해 온 것은 아마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글자를 통한 의사교환이 일반화된 현대 정보사회에서, 색깔을 통해 이렇듯 강력한 트렌드나 지향성이 전달되는 것은 아마 색깔에 대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 감각 때문이리라. 새로운 용어나 현학적 개념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는 독해와 분석의 과정을 필요로 하나, 색깔을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는 매우 원초적이고 감각적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미래비전을 모색하다가, 녹색성장을 찾아낸 것은 일단 성공으로 보인다. 외형적으로는 많은 국민이 쉽게 인식하고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렇고, 내용면에서는 모든 정책에 녹색을 칠한 것이 나름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는 점이 그렇다.

 

단순하고 짧은 메시지가 오히려 강력한 전달력과 호소력을 갖듯이, 녹색이라는 색깔 하나는 장황한 설명보다 훨씬 강력한 전달력을 갖고 있다. 붉은 색이 처절한 전쟁터를 상징하고, 파란색이 광활한 망망대해, 무한한 신천지를 상징한다면, 녹색, 즉 그린은 자연 친화, 환경보호, 그리고 건강과 생존을 상징한다. 이렇게 보면, 그린에 내포된 상징은 붉은색이나 파란색에 비해 훨씬 포괄적이고 인간 친화적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녹색성장의 기조와 그린 IT의 지향점이 색깔이 주는 상징성과 소통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국민과의 소통, 소통의 결과로 확보한 국민적 지지가 논란의 소지가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임에는 틀림없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소통단계에서 얻어 낸 지지는 기대를 반영할 뿐, 정책결과에 대한 만족을 담보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이제부터 진행될 실천전략과 빈틈없는 실행계획의 수립, 그리고 체계적 적용과정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재 그린 IT IT분야 자체에서의 에너지 절감, 그리고 IT를 활용한 경제사회생활 전반의 에너지 절감을 지향한다. 지난 반세기동안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통한 사회통합, 생산유통소비과정에서의 가치사슬통합, 사회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생산성 혁신,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 주권의 강화, 디지털콘텐츠와 같은 폭발적 문화생산기반 구축 등 IT가 사회혁신에 이바지해 온 바에 비하면, 현재 개념화되고 있는 그린 IT의 역할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미래지향적이고 포괄적인 새 역할을 IT에 그린 IT라는 이름으로 부여하고자 한다면, IT에 적용되는 `그린', 즉 녹색의 개념은 보다 분명하고 명확하며 사회적 파급효과가 큰 방향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첫째, 그린 IT는 녹색성장의 핵심적 수단이다. 이는 그린 IT가 단순히 에너지 절감을 위한 소극적, 방어적 수단이 아니라, 국가차원의 경제, 사회, 행정프로세스의 전면적 재설계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화나 서비스 생산에 있어서 최종단계의 고부가가치 창출수단이 결국 IT임을 안다면, 녹색성장의 핵심에 재정립된 그린 IT가 있어야 함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둘째, 바로 그 이유로 IT에 적용되는 그린의 의미는 단순히 저에너지소모에 그쳐서는 안된다. 적극적으로는 인간친화적 기술,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지탱하는 힘, 정치경제전반의 투명성 제고, 각종 이해관계자를 상생적 협조관계로 연결하는 끈, 그리고 개방형 혁신, 즉 오픈 이너베이션을 이끌어내는 통로를 모두 포괄해야 한다.

 

녹색성장과 그린 IT는 이제 막 대중적 관심표출단계에 접어들었다. 머지않아 대중적 관심은 국민적 기대로 이어질 것이다. 대중과의 소통이 국민적 기대를 거쳐, 궁극적으로 가시적 성과와 대중적 만족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녹색성장과 그린 IT의 과실을 만들어내는 실질적 수단과 절차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다른 제품과 조금 다른 부분을

소비자에게 얼마나 가치있게 인식시키느냐가

차별화 마케팅 전략의 포인트

그러려면 가치와 지속성독특함을 갖춰야

 

유전자 염색체인 DNA 게놈(genome)의 구조를 보면, 인간과 고릴라의 차이가 2.3%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는 불과 1.5%이고, 여자와 남자의 차이는 놀랍게도 0.1%가 채 안 된다.

 

여자와 남자는 손가락 모양에서부터 심장의 형태, 소화기관, 직립 보행을 하는 점까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아주 작은 DNA의 차이가 여자와 남자를 매우 달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오늘날 기술적으로 큰 차이가 나는 제품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웬만한 TV나 휴대전화의 품질수준은 꽤 잘 관리되고 있으며 성능도 비슷하다. 그런데 거의 동일한 DNA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0.1%의 차이 때문에 남녀가 확연히 구별되듯이, 제품의 작은 차이나 특징을 살려 두드러진 차이로 인식시키는 것이 마케팅적 차별화의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폴크스바겐의 뉴비틀(New Beetle)은 엔진 크기나 성능이 비슷한 국산차에 비해 2배가량 비싸다. 차별화 포인트를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는 가치로 바꾸는 능력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케팅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어떻게 차별성을 인정받느냐'의 문제라고 하겠다.

마케팅 관점에서 차별성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3D를 갖추어야 한다. 즉 차별점이 바람직(desirable)하고, 지속 가능(durable)하며, 독특(distinctive)해야 한다.

 

먼저, 차별점은 바람직한 것이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차별화를 위해 고민하지만, 차별을 위한 차별화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차별점이 소비자들에게 진정 탐나는 특징이 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수박 농사를 하는 일본 홋카이도의 한 농원에서 피라미드 모양과 직육면체 모양의 수박을 재배해 15000엔의 가격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신기하다는 이유로 잠시 눈길을 끌지 몰라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차별화는 아니다.

 

대부분의 휴대전화는 음성을 저장할 때 '*' 키를 누른다. 그런데 어떤 통신사는 반대로 '*'를 음성 삭제의 기호로 하고, 대신 '#'을 음성 저장의 기호로 사용하도록 만들어 사람들에게 혼동을 준 적이 있다. 관계자에게 이유를 물으니, 1위 업체와 차별화하기 위해서 그랬단다. 이렇게 차별점이 바람직한 속성이 되지 못하고 차별을 위한 차별화로 치우치면 소비자의 외면을 자초할 뿐이다.

 

미국의 GM 자동차 그룹은 캐딜락부터 시보레에 이르기까지 다섯 개의 브랜드로 서로 다른 타깃을 겨냥해 왔다. 하지만 브랜드별 개성 창출을 위한 깊은 고민 없이 의미 없는 차별화를 계속해 온 결과,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차별점이 소비자에게 바람직하게 인식되지 못하면 브랜드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둘째로, 차별점은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포르쉐(Porsche) 자동차의 디자인 정책은 '바꾸어라, 그러면서 바꾸지 마라(Change it, but do not change it)'이다. 즉 세태에 맞는 변신은 계속하되, 근본이 되는 프로토타입(prototype•原型)은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포르쉐는 늘 새로우면서도 '포르쉐다움'이라는 차별성을 잃지 않고 있다.

앱솔루트(Absolut) 보드카의 '결코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늘 변화합니다(Never different, but always changing)'라는 슬로건도 같은 맥락이다. 차별화 포인트로서 독특한 병 모양을 지속적으로 활용하지만, 병 모양의 세부 표현은 탄성을 자아내리만치 다양해 눈길을 끈다.

 

아이팟(i-pod) 역시 셔플(shuffle), 미니(mini), 나노(nano), 3세대(3G), 터치(touch) 등의 모델로 진화를 계속하면서도 동일한 디자인 플랫폼(platform)에 기반을 두고 있다. 각각 다른 것 같지만 동일한 디자인 정체성을 보임으로써 '아이팟'다운 차별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차별성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남들이 갖지 못한 독특함을 보이는 데 있다. 기본적으로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최초(the first)'이거나 '유일(the only)'하거나 '최고(the best)'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우선 '최초'라는 포인트는 그 자체의 마력으로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곰탕집들이 서로 '원조(元祖)'임을 내세우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의 김치냉장고가 기술면으로는 위니아만도의 '딤채'와 큰 차이가 없겠지만, 딤채가 시장을 처음 개시한 덕분에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도 선전(善戰)하고 있다.

 

'유일'하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독특한 모양이나 특성을 내세울 수 있다. 허먼 밀러(Herman Miller)의 에어론 체어(Aeron Chair)는 공기가 통하는 그물망 소재인 메쉬(mesh)로 만든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사무용 의자의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이처럼 어떤 분야의 전문적인 회사라고 알려지는 것은 유일함을 강조하는 한 방편이 된다.

'최고'임을 강조하여 차별화를 꾀할 수도 있다. 1위 브랜드라고 하면 이미 검증이 되었다고 인정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시장점유율 면에서 선도기업(market leader)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각축전을 벌인다. 베스트셀러는 그 자체로서 차별화가 되는 것이다. 또한 명품 브랜드들이 그러하듯이 오랫동안 최고로 인정받아온 전통(heritage) 있는 회사임을 알리는 것도 차별화의 포인트가 된다.

 

차별화를 달성하는 세가지 전략, 즉 최초유일최고를 부각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다음번 필자의 '경영노트'에서 더 많은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인간 두뇌의 질량은 몸 전체의 2%에 불과하다.

그런데 가장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을 때에도 뇌는 우리 에너지의 20%를 소모한다. 심장(10%)이나 두 개의 허파(10%), 두 개의 신장(7%)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더구나 생각에 몰두하게 되면 뇌의 칼로리 소모량은 급속히 증대된다.

그래서 우리의 몸은 두뇌가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도록 고안되어 있다. 그 장치의 하나가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스테레오타입(stereotype·고정 관념)에 의존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사물에 대해 한번 판단하고 나면 그와 유사한 사물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거의 무의식적으로 기존의 스테레오타입을 이용하려 한다. 그러므로 소비자의 새로운 소비 행태를 유도하려면 그들로 하여금 스테레오타입을 접고, 잠시나마 사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만들어야 한다.

제품평가에 새로운 고려사항을 소비자에 제시

1990
년대 초반까지 시판되는 음료의 스테레오타입은 탄산음료였다. 그래서 더 달고 톡 쏘는 맛의 경쟁을 벌여 왔다. 여기에 '달지 않아야 한다' '흡수가 빨라야 한다'는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 이온음료 '게토레이'. 그들은 제품의 여러 특성 중 사람들이 여태까지 생각지 않았던 점을 부각시켜 '판단의 기준을 바꾼' 것이다.

그 방식이 마치 회의 진행자가 회의 내용에 직접 영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토의할 의제를 어떤 것들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회의를 주도할 수 있는 원리와 같다 하여 '의제 설정 이론(agenda setting theory)'이라고 한다. 마케팅에 있어 의제 설정이란, 제품의 특징을 일방적으로 설득하려 하기보다 제품 평가에 있어 새로운 고려 사항을 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주의를 끌려는 시도이다.

 

 

그 전설적인 사례가 파스퇴르 우유다. 강력한 경쟁자들이 포진해 있는 우유시장에 뒤늦게 참여한 파스퇴르는 '저온(低溫) 살균'이라는 속성을 의제화하여, 별 생각 없이 우유를 구매하던 소비자들로 하여금 고온(高溫) 살균 방식의 영양 손실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만들었다.

고소한 맛이 유일한 판단 기준이던 참기름 시장에 "탄 음식, 나쁘다는 것 아시죠?"라며 의표를 찌르는 질문을 던진 백설표 역시 후발 주자이면서도 시장을 주도하게 된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는 의제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에이스 침대는 다른 각도에서 침대를 평가해 보게 함으로써 삼척동자도 아는 브랜드가 되었다.

화려한 그래픽과 폭력성, 선정성 경쟁으로 치닫던 게임기 시장에서 열세에 몰리던 닌텐도는 위(Wii)라는 제품을 출시하면서 '조작 방법이 손쉽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새로운 판단 기준으로 제시한다. 아울러 그에 걸맞은 소프트웨어를 내놓아 여성은 물론, 게임을 접해 보지 못한 노년층까지 소비자의 범위를 확대시켰다. 3년 만에 4배나 성장한 닌텐도는 2조엔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경쟁사를 앞지르게 되었다.

새 의제 설정 전략은 상대가 말려들면 더욱 효과

텔레비전의 저녁 뉴스는 9시에 방영되는 것이 통념이었다. 그러나 후발 주자인 SBS 8시에 저녁 뉴스를 편성하고 '1시간 빠른 뉴스'를 내세움으로써 1%에 미치지 못하던 시청률을 한 달 만에 15%까지 끌어올렸다. 보도의 정확성 등 기존의 가치가 아니라 '조금이라도 신속한 뉴스'라는 새로운 판단 기준을 시청자들이 수긍해 준 덕분이었다.

판단 기준을 바꾸는 의제 설정 전략을 시도했을 때, 경쟁사가 말려들면 더욱 효과를 볼 수 있다. 경쟁사가 변명이나 항의 등으로 반응해 오면, 세간의 관심을 더 끌 수 있기 때문이다.

만년 열세이던 하
이트 맥주는 경쟁사인 OB맥주의 아킬레스건인 ''을 새로운 판단 기준으로 내세운다. 하이트는 "말할 수 있는 맥주와 말할 수 없는 맥주", "물은 가려먹으면서 왜 맥주는 가려먹지 않습니까?" 등의 광고 문구로 OB를 계속 자극했다. 결국 OB 150m 천연 암반수의 진실 여부를 놓고 따지는 바람에 하이트는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바나나 우유의 원조는 독특한 모양의 용기에 노란색 우유가 담긴 '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이다. 여기에 매일유업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라는 긴 브랜드로 도전장을 내민다. 바나나의 겉은 노랗지만 속은 하얗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바나나맛 우유의 노란색이 인공 색소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게끔 유도한 것이다. , 가공 우유라도 천연식품이어야 한다는 판단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나 빙그레는 묵묵부답이었다. "우리가 바나나맛이라고 했지, 바나나가 들어간 우유라고 했느냐? 식품 첨가물이라고 건강에 유해한 것은 아니다"는 식의 대응 논리가 있었지만, 그들은 참았다. 대응 광고를 내보낼 경우, 지금까지 별다른 관심이 없던 소비자들에게도 흥미를 유발해 자사 제품의 이미지만 실추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매일유업의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천연과즙으로 맛을 냈다는 특성을 바탕으로 일단 시장에 어느 정도 진입했지만, 스캔들을 통한 대대적인 접전을 벌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새로운 의제 설정 전략이란 시장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방법이다. 이러한 전략은 상대방이 새로운 규칙, 즉 새로이 제시된 판단 기준에 대항하여 반응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그러나 그동안의 치열한 음료 경쟁으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빙그레는 이미 '침묵은 금()'이라는 격언을 체득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 교수

 

입력 : 2009.03.28 07:05

수정 : 2009.03.2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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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캠페인처럼 짧고 강렬하게 응축해야
하고 싶은 말 다 하면 머리에 남는 게 없어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사를 작성한 인물은 조 파브로라는 27세의 청년이다. 그는 오바마의 심중을 간결한 표현으로 응축해 내는 탁월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를 승리로 이끈 구호 "Yes, We Can"(아무렴, 우린 해낼 수 있어요)도 그의 작품이다.

 

 

아칸소 주지사였던 빌 클린턴이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아버지 부시와 겨룰 때 선거전략을 세운 이는 마케팅 조사 출신의 제임스 카빌. 그는 3개월간 전국을 돌며 1만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워싱턴에 나타나서는 조사결과를 단 세 마디로 압축해 말했다. "The economy, stupid."

말하자면 '이 바보들아, 내가 딱 세 단어로 정리해 줄게. 지금은 클린턴이란 사람이 적어도 경제만큼은 잘 챙길 대통령감이라는 이미지만 만들면 당선돼'라는 뜻이다. 이 촌철살인의 말 한마디가 시골 출신인 클린턴으로 하여금 현직 대통령인 부시를 이기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였다.

기업은 늘 브랜드에 대해 고객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이 많다. 하지만 선거 캠페인의 짧고 강력한 슬로건처럼 브랜드의 콘셉트는 응축되어야 한다.

나라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초콜릿이 다르다. 미국 사람들은 목에 넘기기에 칼칼할 정도로 달고, 색이 까만 초콜릿을 좋아한다. 반면 유럽 사람들은 부드러운 맛과 연한 빛깔의 초콜릿을 좋아한다.

한국 사람들은 독특하게도 약간 씁쓸한 맛을 선호한다. 씁쓸해야 원료가 제대로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갈색 톤이 나야 고급이라고 여긴다. 그렇다고 '갈색 톤의 씁쓸한 초콜릿'이라고 광고하면 팔리겠는가.

콘셉트는 응축되어야 한다. 머릿속의 차가운 콘셉트를 응축하면 마음속의 따뜻한 메타포(metaphor·은유적 표현)가 된다. 그래야 사람들의 가슴에 와 닿는다.

'
갈색', '씁쓸함'이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는지 한번 응축해 보자. 아마도 가을·커피·낙엽이 연상될 것이고, 그걸 더 응축하면 '고독'이 떠오른다. 예전에는 수입 초콜릿에 눌린 우리나라 초콜릿을 소비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고독의 맛, 가나초콜릿'이라는 광고가 소비자의 마음을 파고들었고, 롯데의 '가나초콜릿'은 곧바로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된다.

얼마 전 한 호텔이 특급호텔로 업그레이드된 것을 기념하는 파티에 초대받은 적이 있다. 진기한 음식과 색다른 음료, 외국 무희들과 일류가수들의 노래 등 최고급의 파티가 마련되었다. 그들은 피날레로 'Fantasy', 'Trendy' 등 호텔의 콘셉트를 표현하는 열댓개의 영어 단어들을 하나하나 멋진 음향과 함께 레이저 글씨로 공중에 쏘아 올렸다. 마지막에는 요란한 불꽃놀이로 탄성을 자아냈다.

그런데 좋다는 단어들을 잔뜩 보여줬지만, 정작 이 호텔의 콘셉트가 뭐라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말하고 싶은 걸 다 말했는데, 손님들의 머릿속에 남은 게 없으니 돈만 낭비한 셈이다.

LG
생활건강은 치약·샴푸·비누·세탁세제 등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포함해 40여종의 브랜드를 다루는 회사다. 그런데 대다수가 성숙기 제품이라 가격 경쟁이 심하고, 유통에 휘둘려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05 1월 차석용 사장이 새로이 부임한다. 차 사장은 미국 생활용품 회사인 P&G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마케팅 베테랑이다. 그가 LG생활건강에 와서 처음에 지시한 일은 2월 말까지 수십개의 브랜드별로 콘셉트를 잡아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브랜드 관리자(BM·brand manager)들이 나름대로 제품의 특징 등을 나열해 가면 그것을 적절한 한마디로 응축하라고 유도하며 계속 퇴짜를 놓는 것이었다. BM들은 매우 곤혹스러웠다. 가져가기만 하면 이런저런 이유로 퇴짜를 맞으니, 도대체 자신이 다루는 제품이 무엇인가에 대해 별의별 생각을 다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두달을 브랜드 콘셉트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리다시피 씨름을 하고 나서 2월 말에 드디어 마케팅 담당 상무가 정리된 콘셉트를 취합해 가져갔다. 그 상무도 오늘 제출하고 나면 내일부터는 머리 아픈 일에서 벗어나지 싶었을 게다.

그런데 사장은 제출한 서류를 보지도 않고 돌려주며 "중요한 건 콘셉트를 정하는 게 아닙니다. 지난 두달간 각자가 담당한 브랜드에 대해 고민했듯이 앞으로 BM을 그만두는 날까지 밤낮으로 끊임없이 브랜드의 콘셉트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라는 뜻입니다"라고 하더란다.

응축이란 단순히 짧게 줄이라는 게 아니라 '핵심'을 찾으라는 말이다. 뛰어난 웅변가였던 28대 미국 대통령 윌슨의 말을 되새겨 보자.

"한 시간의 스피치에는 별 준비가 필요 없다. 20분의 스피치에는 두 시간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5분간의 스피치를 위해서는 하룻밤을 준비해야 한다."

생각을 응축하려면 핵심을 분명히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브랜드 콘셉트에 대해 고민하는 습관을 키운 LG2`생활건강의 시가총액은 3년 만에 7.5배가 되었다. 이제 우리 브랜드는 고객들에게 '한마디로' 무슨 콘셉트를 전달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 교수

입력 : 2009.02.21 07:09

 







화장품 온라인 마케팅방문 판매 실적 2.5배 늘어
말로 표현되는 니즈 5%소비자 심리 꿰뚫어야
구매 시점에 영향입소문의 위력 재발견

 

2009년의 마케팅 화두(話頭)는 무엇일까? 마케팅의 대부인 필립 코틀러(Kotler) 교수와 브랜드 관리의 대가인 케빈 켈러(Keller) 교수는 다음의 다섯 가지를 꼽았다. 이미 다 아는 얘기 같지만, 그 새로운 해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온라인 마케팅이다. 이것은 단순히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 이상이다. 에이본(Avon) 화장품의 앤드리아 정(Jung) CEO로 취임하면서 곧바로 추진한 것이 온라인의 활성화였다. 방문 판매가 중심인 에이본의 기존 판매원들이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앤드리아 정은 온라인을 판매를 위해서 보다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고 주문을 돕는 도구로 활용하게 함으로써, 방문 판매의 성과를 2.5배 이상 올려놓았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대체적 관계가 아니라 보완적 관계임을 보여준다.

한편 블로그(blog)를 단순히 홍보용 매체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블로그에 올려진 네티즌들의 정보는 '감정이 실린 정보'란 의미에서 '이모메이션(emomation=emotion+information)'이라 일컫는다. 사실적인 정보 외에 제품을 체험하는 동안 느낀 긍정적 또는 부정적 감정을 담은 스토리이고,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전파되기 때문에 파급 효과가 폭발적이다. 기업이 만든 공식적인 웹사이트보다 블로그의 콘텐츠가 검색엔진에 더 쉽게 노출되며, 사람들은 그 콘텐츠를 더 신뢰한다. 따라서 고객을 불러들이려 하지 말고, 블로그를 활용해 고객을 찾아 나서는 것은 필수다.

둘째, 감성(感性)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작금의 과제는 소비자가 원하는 감성을 어떻게 찾아내느냐에 있다. 그래서 숫자에 의존하는 기존의 조사 방식이 아니라 무의식적인 마음 상태를 알아보는 새로운 방법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예전에는 무의식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이 비과학적이며, 자료의 해석 또한 주관적이라고 비판하였다. 그러나 마케팅 조사의 목표가 시장에 대한 사실적 자료(fact)를 얻기보다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통찰력(insight)을 얻으려는 데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접근 방법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하버드 대학의 잘트먼(Zaltman) 교수는 말로 표현되는 니즈가 5%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면서 소비자의 숨은 심리를 꿰뚫어 보는 ZMET라는 조사 방법을 창안하였다. 또한 문화인류학 연구자들이 말이 안 통하는 종족에 관한 조사 방법으로 시작한 에스노그래피(ethnography) 관찰 기법도 마케팅 조사에 도입되어 활용 방법에 대한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

셋째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서의 입소문(word of mouth)에 대한 재인식이다.
이제 공중 매체의 전파력은 한계에 달했다. P&G의 짐 스텐겔(Jim Stengel) 부사장은 "1965년에는 성인 80%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60초짜리 TV광고 3개면 충분했다. 40년이 지난 오늘날 동일한 효과를 얻자면 117개의 광고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게다가 인식의 단계가 아니라 막상 구매하는 시점에 가까울수록 TV 등 매체의 역할보다 주변의 추천이나 입소문이 더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업을 하든, 입소문이 마케팅에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도록 촉진하는 방법에 대하여 고심해야 한다. 체험의 기회를 통해 감동을 주고, 이성적 정보뿐 아니라 감성적 가치를 공유하게 함으로써 이를 전파하는 입소문 마케팅이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새로운 중심이 되고 있다.

넷째 화두는 마케팅 성과를 측정하는 시스템의 구축이다. 마케팅 활동의 효과를 독립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업들은 마케팅 비용의 ROI(투자수익률) 측정을 등한시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테스트 마케팅이나 전문가의 의견 등을 활용해 직간접으로 마케팅의 효과를 측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가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무엇보다도 기업이 우수한 제품을 가려내고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준다. 유니레버(Unilever) 1600개의 브랜드 중 50, 즉 단지 3%의 브랜드가 그들 총수익의 63%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은 400개의 브랜드를 선별하여 파워브랜드라 명명하고 나머지는 정리하여 그 숫자를 줄여나갔다. 그 결과 투자수익률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게 된다.
비용 절감의 기회를 점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서비스의 일환으로 기업이 제공하는 배송·설치·교육 등도 그 효과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기업이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고객들이 가치 있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다섯째는 날로 증대되는 지속가능경영의 의미이다. 기업의 부정, 정계와의 유착, 지구온난화의 위험 등을 의식하면서 사람들은 사회적 책임경영을 수행하는 '좋은 기업'과 그렇지 못한 '나쁜 기업'을 구별하려 한다. 채권자나 종업원 등, 기업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를 넘어 사회적·환경적 가치에 관심을 기울이라는 요구다. 새해부터는 마케팅의 운영 방침을 경제적 성과만이 아니라 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에 두고, 이를 사람들로 하여금 알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실질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고, 그래서 일반 대중이 그 기업을 '좋은 기업'으로 인식하게끔 해야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해지는 시대이다.

앙드레 지드는 "평범한 것을 제대로 하는 것이 비범이다"라고 조언한다. 기발한 돌파구를 찾기보다 마케팅의 두 석학이 지적한 점들을 점검하는 것이 불황을 이겨내는 지혜가 아닐까.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 교수

입력 : 2009.01.03 03:00

 

 







만족한다고 대답한 고객 8% 정도만 재구매
아이팟은 좋은 디자인으로 습관화에 성공
기업들, 새로운 습관 창출에 마케팅 자원 쏟아부어

 

언제부터인가 '고객 만족(Customer Satisfaction·일명 CS) 경영'이란 용어가 기업 경영의 당연한 지침처럼 자리잡아 왔다. 직감적으로는 맞는 말 같지만, 곰곰이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고객의 만족도는 구매한 제품이 과연 사람들의 기대치를 능가하느냐로 가늠한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기대 이하면 불만족이라 평가되므로, 그 기대를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제는 기업이 어렵게 기대수준을 충족해도 고객들이 다음 번에 기대 수준을 다시 높인다는 데 있다. 멀리 홍콩에서 부친 특송 우편이 다음 날 아침 서울 사무실의 책상 위에 놓여져 있는 것은 생각해보면 기적과 같은 일이다. 하지만 이제 그 정도의 우편 서비스에 감동할 사람은 없다. 하루 만에 배달되는 것은 당연한 기대수준이 된 것이다. 기대수준이 날로 높아지면서 까다로워진 고객들의 불평이 끝이 나지 않는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고객 만족도가 재구매와 연결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설문조사에서 "브랜드에 만족했다"고 응답한 고객들에게 "그렇다면 미래에 이 브랜드를 다시 구매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으면, 말로는 "그렇다"고 답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다고 해서 실제로 구매를 하는 것은 아니다. 조건만 좋다면 경쟁사의 제품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소비자들이다.

CS
전문가인 닐 마틴(Neale Martin)에 따르면, 만족한다고 대답한 고객 중 기껏해야 8% 정도가 실제로 재구매를 한다. 거꾸로 불만족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그 브랜드의 구매를 기피하지도 않는다. 고객이 어떤 항공사의 서비스에 불만이 있다 해도 마일리지가 누적되어 있으면 다른 항공사로 쉽게 옮겨가지 않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처럼 고객의 만족도가 참고는 될지언정, 경영의 초점을 고객만족(CS)에 맞추어야 할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새로운 깨달음이다. 그래서 이제는 기업의 관심이 CS에서 CH(Customer Habituation·고객 습관화)로 옮겨 가고 있다.

심리학자 수잔 피스크(Susan Fiske)는 사람들을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 칭한다. 두뇌가 정보 처리를 할 때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는데, 되도록이면 그 에너지를 절약하려 든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제품을 구매할 때도 그 제품을 새로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늘 하던 대로, 즉 습관에 따라 구매한다.

언젠가 한 번은 의식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겠지만, 그 다음부터는 무의식적으로 습관에 따라 구매하는 것이 더 편리한 행동방식인 것이다.

그래서 기업들은 새로운 습관을 형성시키고, 이를 유지시킬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부심한다. 마일리지가 대표적이다. 많은 피자 가게가 있는데도 어떤 고객이 유독 한 피자 가게에서 계속 주문하는 것도, 같은 주유소를 계속 가게 되는 것도, 늘 사용하던 신용카드를 으레 쓰게 되는 것도 마일리지 적립 등의 장치로 유도한 습관 때문이다.

좋은 디자인도 습관화에 한몫한다. 애플이 아이팟(iPod)을 내놓았을 때, 크지도 않은 MP3 시장에서는 이미 선두 주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아이팟은 앞선 경쟁사의 제품보다 비쌌고, 저장 용량은 적었다.

그러나 아이팟의 기발한 디자인은 소비자들이 새로운 습관에 숙달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이팟의 클릭 휠(click wheel)은 손바닥만한 MP3의 볼륨 조절과 음악 탐색을 손쉽게 하는 천재적인 해결책이었다. 별도의 사용 설명이나 연습 없이도 사용법을 익히는 게 어렵지 않았다. 아이팟의 사용법이 그렇게 직관적이지 않았다면 사람들이 MP3에 길들여지는 데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폭발적인 시장 창출은 늦어졌을 것이다.

스타벅스의 성공 요인이 좋은 원두나 감성적 접근 때문이라는 분석들도 일리가 있지만, 기실은 편의성을 통한 습관의 형성이라 볼 수 있다. 프랜차이즈 매장들은 서로 가까이 위치시키지 않는 것이 통념이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강남역 4거리에만도 5개의 매장이 있다. 고객이 길을 건너는 게 불편하다고 판단되면 기존 점포 바로 건너편에도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는 전략 때문이다. 그 결과 찾기 쉽고 접근하기 쉬운 스타벅스 매장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스타벅스를 가게 되며, 심지어 하루라도 거르면 마음이 불편하게까지 된다.

기업들은 때로 기존의 습관을 파괴하여 새로운 습관을 창출하는 데 마케팅 자원을 쏟는다. 조사기관인 AC닐슨은 소비자들이 습관에 의거하여 구매 결정하는 것을 '오메가 룰(Omega rules)'이라 하고, 습관에 도전하여 의식적인 평가를 하게 되는 순간을 '델타 모멘트(Delta moments)'라고 부른다.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기존의 우유를 사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저온 살균 방식을 상기시킨 파스퇴르 우유나, 침대를 가구처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습성을 깨뜨리기 위해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고 주장한 에이스 침대는 델타 모멘트를 창출하여 경쟁자의 시장을 빼앗은 사례이다.

습관을 창출하는 것이 마케팅 장치이든, 디자인이든, 편의성이든, 델타 모멘트이든 브랜드 선택의 95% 이상이 습관에 의한 구매이다. 시장에 변화를 주고 싶은 기업은 '습관은 습관에 의해 정복된다'는 수도사 토마스 아켐피스의 말을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홍성태 한양대 경영대 교수

입력 : 2008.12.06 03:27

 

 





교수님칼럼
2009.05.21 10:40

위기 시대의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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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는 온통 비관론으로 가득하다. 미국발 경기 침체가 유럽을 거쳐 아시아로 확산되면서 중국 일본 한국 홍콩 등 아시아 주요국들의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비관론에 빠져 사정이 나은 기업들조차 합리적인 경영 계획보다 생존 전략만 모색하는 현실은 안타깝다. 훌륭한 경영자는 불황기에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호황기에 비용 절감을 유지한다. 하지만 많은 현실의 경영자들은 호황기에 통제되지 않은 성장을 추구하다가 불황기에 무자비한 비용 절감을 단행한다.

경기 침체기에는 기업들 간 경쟁 지위가 급격하게 변화한다. 2000년대 초 경기 침체기를 분석한 맥킨지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시장점유율 상위 25%에 속했던 미국 기업들 중 절반 정도가 경기 침체기를 겪으면서 기존의 우월한 시장 지위를 상실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위 25%에 속하던 기업들 중 14%가 상위 그룹으로 부상했다. 경기 침체기에 유동성 확보나 수익성 방어 등 단기적인 생존 전략만 고집하는 기업은 미래의 경쟁 우위를 약속받지 못한다.

진정 성공적인 기업은 불황기에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적극적으로 사업 구조조정을 수행하며, 기존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또한 신사업을 시도한다. 삼성전자 시스코 노키아 같은 성공 기업들은 모두 경기 불황기에 성장 기회를 잡고 강해진 기업들이다. 호황기에는 기업 자원이 풍부해 합리적 비용-효익 분석에 입각한 투자안의 취사선택이나 사업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 자신의 기업에 적합한 장기 신성장 사업에 진출하고 부적합한 사업을 과감히 버리는 선택은 불황기에 더 쉽게 할 수 있다. 노키아는 1980년대 말까지 제지 펄프 가전 등 다양한 사업군을 거느리고 있었다. 1990년대 초 불황기에 재무 곤경에 처하게 되자 매출의 90%를 차지하던 기존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이동통신 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노키아의 장기 성장은 이때 그 기초가 형성됐던 것이다.

경제 연구기관이나 경제학자들의 경기 예측은 확률적 전망에 불과하고 결코 확정적이지 않다. 그리고 모든 경기 예측은 현재의 상황을 강하게 반영할 수밖에 없고 미래를 제대로 반영하기는 어렵다. 작년 4분기보다 금년 1월에 좀 더 악화된 경기지표가 발표되면 경기 예측치가 좀 더 하향 조정되는 식이다.

전 세계적인 공조 하에 전개되는 현재의 금융 정책과 재정 정책은 그 규모와 방식에 있어서 전대미문의 새로운 사건이므로 그 효과의 강도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미래 경기 변동은 매우 급속히 전개될 공산이 크다. 경기 변동성이 강해지면 경기 예측의 확률성이 상대적으로 더 미약해질 수밖에 없다.

돌이켜 보라. 작년 말에 모든 경제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지 않았던가. 금년 들어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예측은 자취를 감췄다. 이제는 불황의 지속 기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한 분기만 지나면 또 다른 상황이 전개될지 모른다.

좋은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지속적 하락세를 유지하던 미국 소비가 금년 1월에는 작년 12월에 비해 1% 상승했다. 영국의 1월 주택 가격은 미약하나마 올랐다. 중국의 총통화(M)는 무려 18.8% 불어났고 이러한 중국 유동성의 증가가 국제 교역을 활성화하는데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 국제 교역의 대리변수로 인식되는 발틱해운지수(BDI)의 증가세가 뚜렷한 것이다. 특히 채권 시장은 세계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탈출을 시도하고 있거나, 혹은 최소한 더 이상의 디플레이션 악화가 저지되고 있다는 점을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경기 사이클의 변화에 합리적으로 대비하지 못한 기업은 큰 기회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과도한 비관론을 접고 차분히 성장의 길을 찾자.





교수님칼럼
2009.05.21 10:39

격변기의 경제 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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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격변기에 들어섰다. G20 정상회담 등으로 금융 위기 수습의 노력이 활발하지만,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오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금융회사 간의 신용 경색과 같은 금융 혼란은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 그리고 부실 금융회사의 퇴출과 구조조정을 통해 곧 진정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세계경제는 소비 위축, 기업 매출 둔화, 감원, 소비 위축의 악순환 구조에 빠지게 되며, 현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 경제도 그 소용돌이에 휩싸였음은 물론이다. 정부는 일단 유동성 확대와 금리 인하를 좀 더 과감하게 시행해 금융의 기능을 시급히 복구해야 한다. 물론 한국은행은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왕 환율 결정에 금리가 주는 영향력이 미약해진 상황이므로, 더 과감한 금리 인하를 단행할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만 놓고 보면 아직 유럽과 미국보다 한국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유동성 확대를 통해 은행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해 줘야 한다. 시장은 자산 건전성과 유동성의 어려움에 직면한 은행 사정을 의심하고 있다. 최근의 하나금융지주 사태에서 보듯이 시장은 정부의 말보다 외국계 애널리스트의 말을 더 신뢰하고 있다. 보다 선제적으로, 보다 과감하게 금융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사태가 진정되면 그때 유동성을 다시 거둬들이면 될 것이다.

또한 개별 정책을 시행할 때는 항상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고려해야 한다. 건설사의 줄도산을 막기 위해 정부 주도로 결성된 은행의 대주단에 건설 회사들의 가입이 미진한 것은 정부가 시장의 원리를 섬세하게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주단 협약과 관련된 정책 결정에 건설사 경영진이 한 명이라도 간여하고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정책 결정자는 위기 상황일수록 업계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흠 잡힐까 두려워 의견을 경시하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현 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라고 할 수 있는 감세와 성장 우선 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성장 우선 정책은 기업으로 하여금 투자를 유도하고, 감세를 통해 부유층의 소비를 진작시켜 고용을 늘리고 민생을 해결하겠다는 논리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 침체의 시기고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다. 정부의 정책적 유도를 통해 민간 투자가 늘기 어렵다.

특히 감세를 통한 민간 소비나 투자 증대는 경기 침체 시기에는 그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 위헌 판결이 난 종합부동산세는 어쩔 수 없다고 할지라도 증여세와 상속세 같은 부유층에 혜택이 집중되는 감세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감세 정책의 효과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이들 정책의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으니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감세는 재정 기반을 훼손하는 폐해도 지니고 있다. 경기 침체의 골이 어느 정도이고, 또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는 미래의 재정 수요에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 많은 재정 수요가 기다리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공공 투자 지출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국가 부도 위험은 거의 없다. 하지만 자영업자, 중소기업, 건설사, 저축은행, 시중은행 등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 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민생고는 10년 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 양극화, 빈부격차가 훨씬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기 침체를 피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정된 상황에서는 경기 침체의 폭을 줄이고, 경제 주체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정책이 합리적이다. ·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공기업 개혁 등과 같이 경영 환경의 개선을 유도하는 정책을 지속하고, 한편으로는 건설이나 농업, 중소기업과 같이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부문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또한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고통을 완화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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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우리 주위를 감싸기 시작하자 자본시장에서는 훈풍이 불고 있지만 실물경제는 아직 꽁꽁 얼어붙어 있다.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금융위기를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 및 이자율 인하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처한 결과 자본시장 및 부동산시장은 활성화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심 기대하는 실물경제 소생은 아직 멀기만 하다. 실물경제 소생을 이끄는 취업자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고 설비투자 및 건설수주는 부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

풀려 나간 돈이 언제 실물경제를 자극해 우리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나라 경제는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수출주도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

이와 같은 경제구조로 우리는 한때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했지만 여기에 정체돼 있다가 미국 금융위기의 유탄을 맞고 불황이라는 어두운 터널 속을 헤매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정부가 추경을 통해 정부지출을 확대해도 실물부문을 소생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돈을 아무리 풀어도 실물부문을 자극하지 못하면 과잉유동성이라는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현 금융위기 못지않은 폐해를 우리에게 가져다 줄 수 있다
.

이제 우리 경제구조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기반 서비스 경제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이에 대해경제는 무엇보다 제조업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마치 농업경제에서 제조업경제로 이행할 때 농업이 천하의 근본이라며 제조업을 탐탁지 않게 평가한 사람들을 연상하게 한다. 경제는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수단이다. 우리의 필요가 점점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을 통해 충족되어진다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의 경제구조 이전은 불가피하다
.
지금까지 지식기반 서비스업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뒤 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은 더 커졌다. 하지만 진전은 아직 지지부진하다. 이는 무엇보다 의료 및 교육 등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의 육성을 경제적인 논리로 접근하기보다는 이념논쟁으로 확대시키는 정치권 및 시민단체들 때문이다. 일부 정치권 및 시민단체들은 돈 없으면 병원에 갈 수도 없고 교육도 받을 수 없다고 국민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 주고 이를 자신들의 세력기반으로 삼고 있다
.

이제 우리는 이런 정치권 및 시민단체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성장의 고통 없이 분배의 미덕만 강조하는 참여정부, 진보인 양 행세하는 시민단체, 기회의 평등보다 결과의 평등을 강조하는 전교조 등 어느 누구도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없다
.

현재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을 확실히 해야 한다. 부를 확대재생산하는 기업만이 괜찮은 일자리 창출의 주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는 임시방편일 뿐 이를 고용대책의 중추로 삼을 수는 없다. 작은 정부·큰 시장 안에서 괜찮은 일자리가 창출되지, 정부에 의한 일자리 창출은 실업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해줄 따름이다
.

또 기업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창조적 파괴를 하는 기업가 정신의 고양이 바로 경제 활력의 근원지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가는 경제의 활력이 되기는커녕 경제의 발목만 잡지 않으면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키움의 고통 없이는 나눔의 미덕도 없다는 인식도 제고돼야 한다. 분배가 먼저냐, 성장이 먼저냐? 이는 이미 답이 자명한 논쟁이다
.

이와 같은 인식전환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구조에서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내수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세계 경제 침체가 장기간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천수답을 면할 수 없다. 내수 확대는 천수답 한국 경제를 전천후 경제구조로 바꾸는 핵심이다. 이와 같은 내수 확대는 지금까지 저생산성으로 일관해온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서 찾아야 한다. 위기가 기회라면 현 위기를 서비스 산업 육성이라는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바로 한국 경제에 진정한 봄을 가져다준다
.

[
이상빈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매경이코노미스트상 수상 (2005
)]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04(09.05.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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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수지 만성적자가 한국경제 위기 부추겨 의료ㆍ교육분야 영리법인 이젠 결단 내려야"

영리의료법인 도입이 서비스 규제 개혁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윤증현 장관의 제2기 경제팀이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를 통해 내수를 진작하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정부 부처 간 의견 차이, 이해집단 반발에 이념논쟁까지 가세하면서 첫 단추조차 제대로 꿰지 못하고 있다.

국제수지 분석을 통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 경제를 보면 대체적으로 무역수지는 흑자지만 서비스수지는 적자를 기록하였다. 즉 무역으로 벌어들인 달러는 계속 줄고 있는 데 비해 외국에서 의료와 교육 등을 위해 사용되는 달러는 증가했다
.

한국 경제 위기론을 부채질하는 데 일조한 이런 국제수지 양상은 결국 한국 서비스산업 부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의료와 교육 등 서비스산업 생산성을 제고해 내수를 살리는 동시에 국제수지 흑자를 지속적으로 실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리법인 문제만 등장하면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

이는 무엇보다 이들 지식기반 서비스산업 육성을 경제적인 논리로 접근하기보다는 이를 이념논쟁으로 확대시키는 정치권과 시민단체들 때문이다. 소위 진보를 표방하는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돈 없으면 병원에 갈 수 없고, 교육도 받을 수 없다고 국민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 주고 이를 자신들 세력기반으로 삼고 있다
.

우리는 진보를 내세우는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여야 한다. 진보는 새로운 것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고 보수는 낡고 고리타분한 옛것을 지킨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진보는 좋아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나 진보는 마르크스 진보사관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보수와 대칭되는 개념이 아니다. 보수와 반대되는 개념은 혁명인데 한국에서만 유독 보수의 상대적인 개념으로 진보가 사용되고 있다. 이는 소위 진보세력들에 의한 언어의 선점이다. 보수와 혁명 모두 보다 나은 사회를 지향하지만 보수는 점진적인 변화와 개혁을 통해 이루려고 하는 반면에 혁명은 급진적인 방법을 통해 이루려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변화와 개혁은 보수의 전유물이지 진보의 전유물이 아니다. 진보는 보수의 전유물인 변화와 개혁을 자신들 트레이드마크로 도용하고 있다. 따라서 진보의 주장이라고 무조건 참신하지도 않고 단지 낡은 좌파의 주장일 때가 많다
.

지식기반 서비스산업 육성은 한국 경제가 제조업 중심인 수출구조에서 벗어나 내수를 확대하기 위해서도 절실한 과제다. 세계 경제 침체가 장기간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천수답을 면할 수 없다. 내수 확대는 천수답 한국 경제를 전천후 경제구조로 바꾸는 핵심이다. 이와 같은 내수 확대는 지금까지 저생산성으로 일관해 온 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에서 찾아야 한다. 위기가 기회라면 현 위기를 서비스산업 육성이라는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바로 한국 경제에 진정한 봄을 가져다준다
.

영리의료법인을 허용한다는 보도가 있고 의료선진화 정책의 일환으로 외국인 환자 유치가 결정되자 부산, 강원, 경남, 충북 제천시, 서울 강남구 등 여러 지자체들이 앞다퉈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남이 장에 가면 거름 지고 따라 간다는 식으로 지자체들이 과당경쟁을 벌이는 양상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

그러나 의료관광산업이 성공하려면 주변 인프라스트럭처가 갖춰져야 한다. 태국 사례를 보더라도 의료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는 물론이고 스파 서비스, 중장기 건강프로그램, 식품ㆍ의약품ㆍ화장품 산업 등 연관산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의료법인에 영리법인의 길을 열어주더라도 이런 조건을 갖춘 지자체들에 선별적으로 허용해야 할 것이다. 누구나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다
.

이제 영리의료법인과 영리교육법인에 대한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 이를 통해 지식기반 서비스산업을 활성화시킬 토대를 구축함으로써 경제위기 탈출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
이상빈 객원논설위원 /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


2009.04.28 17:54:41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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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입장보다 투자자 눈높이에 맞는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 이루어져야 한다"

 

자본시장의 빅뱅을 가져온다는 자본시장법이 지난 수요일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일반투자자들의 펀드 가입이 까다로워졌다. 이로 인해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가 된다면 펀드 가입에 한 시간이 아니라 두 시간이 걸린들 이를 마다할 투자자는 없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귀중한 시간이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보다는 금융회사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요식행위에 허비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거창하게 출발한 자본시장법은 누구를 위한 법인지 의문이 든다.

투자자의 자기책임을 강조하기 전에 먼저 투자자들에게 모든 정보가 알기 쉽게 제공되어야 한다. 과거 수익률이 마래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자기가 가입하고자 하는 펀드의 과거 수익률 추이 및 여타 펀드와의 비교는 필수적이다. 특히 펀드 수익률은 펀드매니저의 역량에 의존하기 때문에 펀드매니저의 과거 성적은 중요한 정보다
.

인덱스펀드는 시장 지수를 추적하는 수동적인 펀드이지만 펀드매니저들이 자의적으로 종목을 선정하는 적극적 펀드보다 투자기간이 장기일수록 성과가 우수하다. 인덱스펀드는 지수를 추적하니까 투자자들이 투자성과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 인덱스펀드는 시장지수를 추적하니까 운용보수가 저렴하다. 인덱스펀드는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보수가 낮기 때문에 판매회사나 운용회사들이 기피하고 있다
.

인덱스펀드는 적극적 펀드보다 투자자들에게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하지만 현재 인덱스펀드는 고위험펀드로 분류하여 투자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사례에서 투자자 보호는 처음부터 뒷전으로 물러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감지할 수 있다
.

판매회사가 투자자들에게 펀드에 대해 설명할 때 형식적인 절차와 방법에 따라 설명을 하고 고객의 서명만 받으면 설명 의무를 다한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투자자들이 금융상품에 대해 이해하는 정도는 금융지식의 정도 등 고객의 속성에 따라 다양하다. 고객에게 판에 박힌 설명을 하는 대신, 고객이 이를 진정으로 이해하도록 설명의 방법과 강도를 달리해야 한다. 고객이 설명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금융회사는 확인할 의무가 있다
.

더 나아가 금융상품 판매업자가 설명 의무 또는 적합성 의무를 위반하여 부적절한 판매행위가 일어난 경우에는 투자자들이 신속하고 편리하게 민사구제를 받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행 규정으로는 판매업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피해를 입은 투자자가 판매업자의 고의ㆍ과실 등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민사구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본의 사례와 같이 불법행위에 관한 특칙을 정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

투자자 보호가 감독의 최고 목표이지만 투자자들이 조직화되어 있지 않아 투자자들은 힘센 금융회사에 이리 저리 채이고 있다. 장이 좋아 펀드의 수익률이 높으면 운용을 잘해 그렇게 되었고 장이 나빠 수익률이 하락하면 장이 빠졌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투자자들은 수도 없이 들어 왔다. 이와 같은 천수답펀드에 대해 투자자들은 운용보수는 왜 받아 가느냐고 항변조차 하지 못했다
.

이제 투자자 주권을 찾아 투자자들이 제대로 대접을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시민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자연 보호 및 소비자 보호는 옛날부터 있었지만 자본주의의 근간인 투자자 보호는 경시되어 왔다. 투자자들은 펀드가 반 토막이 나도 자기책임이라는 말에 입도 벙긋하지 못했지만 시장의 상황에 상관없이 ''만 외쳐 되는 펀드매니저들은 펀드가 반 토막이 나도 운용보수는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고스톱에서 '' '스톱'을 잘 분간해야 돈을 딴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런 상식조차 없는 펀드매니저들에게 시장의 힘을 보여 줄 투자자 보호 시민운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

[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ㆍ객원논설위원
]

2009.02.10 17:43:5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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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예측 어려운 파생상품 키코에 사정변경원칙 적용은 금융뿌리 흔들 것"

용어조차 낯선 키코라는 파생상품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중소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법적 분쟁 중인 키코에 대해 법원은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은행들은 이를 '자본시장의 근본을 흔드는 판결' 또는 '최악의 경우 생존까지 위협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달러값이 상승하면 이를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중소기업이 은행에 부여하고 있는 것이 바로 키코다. 즉 달러값이 떨어지면 중소기업이 달러를 비싸게 은행에 팔 수 있는 반면, 달러값이 올라가면 중소기업이 은행에 달러를 싸게 팔아야 한다. 이는 마치 자동차 소유자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내는 보험료를 벌기 위해 자신이 보험회사가 되어 도난보험과 같은 다른 보험을 판매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자동차 사고가 나면 중소기업이 보험금을 수령하지만 현재 도난사고가 많이 발생하여 중소기업이 보험금을 지불하여야 하니 작금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중소기업이 자동차보험만 구입하면 되는데 도난보험을 판매하도록 은행이 중소기업을 얼마나 부추겼는지 또는 중소기업에 도난보험 판매에 따른 위험을 은행이 충분히 설명하였는지에 대한 사항은 사실관계에 속하기 때문에 법원 판단이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사정 변경의 원칙에 근거하여 계약 해지를 허용한 점에 있다. 물론 민법에 의하면 매매계약과 같은 일시적 계약의 경우에도 사정 변경을 이유로 한 해제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파생상품 매매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파생상품이라는 위험이 내재된 유가증권 매매를 물건의 매매와 혼동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
.

주식 거래가 성립되려면 매매 당사자 사이에 미래 주가에 대한 현저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 사는 쪽은 주가 상승을, 파는 쪽은 주가 하락을 기대하기 때문에 거래가 성립한다. 주가가 현 상태에 머물러 있다면 거래가 이루어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
.

이와 같은 가격 변동은 바로 경제 여건 등 사정이 변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사정 변경이 없다면 가격도 변하지 않는다. 또 미래에 사정이 어떻게 변할지는 매매 당사자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이를 빗대어 주가는 귀신도 모른다는 주식시장 속담이 있다. 이에 비해 물건을 매매할 때는 매매 당사자 사이에 물건의 가격 및 용도 등에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만일 이러한 견해가 사정 변경에 의해 변한다면 계약 해지 등이 허용된다
.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환율 변동에 대해 중소기업과 은행이 같은 예상을 하고 있다면 거래는 성립하지 않는다. 즉 환율이 다른 방향으로 변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에 거래는 성립한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 사정 변경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경우다
.

매매계약이 체결된 후 9년이 지나고 그 시가가 올랐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그 매매계약을 해제할 만한 사정 변경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이는 9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에는 사정이 변경될 수 있어 사정 변경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 가격은 하루에도 절반으로 하락하기도 하고 두 배로 뛸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가격이 자유자재로 변해야 우리는 이를 효율적인 시장이라고 한다. 자본시장이 효율적일수록 자원 배분이 잘 이루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자본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린다
.

자본시장에서는 자동차 등 물건의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고 위험이 내재된 유가증권이 거래되고 있다. 위험이라는 것은 우리가 매매 시점에서 예상할 수 없는 가격의 변동이다. 이러한 가격의 변동은 바로 경제여건 등 사정의 변경에서 연유한다. 파생상품은 이러한 사정의 변경을 전제로 탄생하였다. 예상할 수 없는 가격 변동에 사정 변경의 원칙이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면 21세기 전략산업인 금융은 결코 이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없다
.

[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ㆍ객원논설위원
]

2009.01.06 17:43:4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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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IT분야에서 소통의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었다. IT 공급자와 수요자간의 대화단절이 문제였다. 수요자는 현장의 요구를 잘 알고 있지만, IT전문가들이 구사하는 국적불명의 전문용어에 기가 죽어, 자신의 요구를 피력할 길이 없었다. 한편 IT 전문가는 어려운 전문용어 구사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고, 이를 통해 지적 우월감을 유지하고 싶었다.

시간이 지나자 공급자와 수요자간에 심리적 괴리는 점점 크게 벌어졌다. 대화를 계속함에도 불구하고, 개발되는 시스템은 점차 `블랙박스'화 되어갔고, 수요자는 현란하게 포장된 블랙박스를 만족스러운 듯 받아야만 했다. 내용을 알 수 없는 현란한 이름의 음식을 `자신이 원했던 바로 그 맛'이라고 칭찬해야 할 것 같은 심리적 압박도 커져 갔다.

IT
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용어와 개념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그것이 `오래된 개념의 새로운 포장'에 불과하다면, `'보다는 `'이 더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실익은 제공하지 못하면서, 수요자와의 심리적 괴리만을 더 키울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IT 영역에서 폭넓게 자주 사용되는 용어가 있다. 바로 아키텍처(architecture)와 거버넌스(governance)가 그것이다. 사실 이 용어들은 원래 IT 전문용어는 아니었다. 아키텍처는 건축이나 토목분야에서 수백년 전부터 사용되어 온 용어로서 `체계적 구조'를 뜻하고, 거버넌스는 우리가 일명 `지배구조'라고 번역하는 일상용어이다. 쉽게 접근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용어이다.

그러나 이들이 IT분야에 적용되면서 그 개념은 점차 현학적 개념, 추상적 개념으로 변모해 갔다. IT 아키텍처, 응용 아키텍처, 데이터 아키텍처,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 등의 신개념이 나타났고, 기업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에 대비되는 용어로 IT 거버넌스라는 새로운 관점이 등장했다. 같은 개념이나, 다른 영역에 적용되면서 어려워진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IT의 적용영역은 대폭 확대되었다. 우선 전통적인 정보통신은 방송과 결합되면서, 방송통신융합의 신천지를 열었고, 전통적인 IT는 기간산업과 결합하면서, IT+조선, IT+건설, IT+자동차, IT+의료, IT+교육 등 새로운 융합제품 및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녹색성장이라는 국가적 정책기조에 따라, IT IT+에너지 영역으로까지 그 응용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러한 IT정책기조의 전환은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국가차원의 IT 거버넌스 체계의 결핍이다.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분당과 같은 신도시를 여러 건설사가 참여하여 개발하는데, 구역별 건설사만 지정되었을 뿐이다. 정작 신도시 개발을 위한 마스터 설계 도면도 없고, 신도시 건설을 총괄하는 마땅한 의사결정 구조도 없는 상황에 해당한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어떤 분야에서든 상식적인 수준의 준비에 해당하는 체계가 이렇게 결핍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이유를 IT공급자와 수요자간의 정서적, 심리적 괴리에서 찾고자 한다. IT 수요자의 말에 진솔하게 귀를 기울이는 IT 공급자의 겸허함이 있었다면, 그리고 현란한 포장보다는 블랙박스에 담긴 내용의 진정한 가치를 찾으려는 IT 수요자의 진정성이 있었다면, 이러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확대된 방송통신융합시장에서, IT산업와 타산업의 결합시장에서, 그리고 새로운 그린 IT 생태계에서, 통일된 표준 아키텍처의 마련은 필수적이다. 또한 그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모듈화를 추진, 호환성과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여, 예산투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협의조정 메커니즘 또한 없어서는 안된다.

개발하지 않는 것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난개발이다. 막대한 재개발 비용을 유발할 뿐 아니라, 다른 미래성장의 기회조차 박탈하기 때문이다. 난개발을 막기 위한 국가차원의 IT 거버넌스 체계정립, 그래서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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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하면 생각나는 게 있다. 바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다. 그 아름다운 자연경관에서 시계의 기계적 이미지를 떠올리기는 쉽지 않지만, 스위스 시계의 역사는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790년 제네바의 시계수출량은 약 6000여 개. 당시 스위스는 유럽전역은 물론 전 세계의 시계 공급 기지였다. 그 이후 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스위스 시계는 세계적 브랜드로 세계시장을 지배한다. 그러던 스위스 시계에 위기가 닥친다. 바로 디지털시계의 등장이다. 1969년 일본 세이코가 디지털시계를 상용화한 이후, 1976년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20달러 짜리 디지털시계를 출시하는 데까지 불과 6~7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수 백년 지속된 스위스 시계의 경쟁력이 불과 수 년간의 디지털기술 진보로 붕괴되기 시작했다. 당시 1620개에 달하던 스위스 시계 공장 중 1000개 이상이 파산했고, 종사자수는 9만명에서 3만명으로 급감했다. 그 이후 10여 년이 지났을까, 스위스 시계산업에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 오리스(Oris)와 로렉스(Rolex)가 시장추세에 역행, 기계식을 고집하며 스포츠시계나 고급 보석시계로 특화하더니, 스위스 시계는 `아름다움' `럭셔리' `사회적 지위' `패션'의 색깔을 입는 대대적인 제품혁신을 단행한다.

그 결과, 1995년 스위스 시계는 3800만대를 생산, 세계 1위를 재탈환하는데 성공한다. 수출물량은 70년대 전성기대비 5배를 기록한다. 현재 약 4만명이 종사하는 스위스 시계산업은 세계시장에서 1%의 물량으로 40%의 매출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스위스 시계 이야기는 흔한 성공스토리 중 하나로 보기 쉽다. 그러나 드물게 거기에는 몇가지 소중한 역설이 숨어 있다.

첫 번째 역설은 10만명이 생산하던 양의 다섯배를 4만명이 생산하니, 생산성 향상은 1250%, 이는 고용 창출력으로 보면 8%에 불과하며 고용없는 성장의 대표사례다. 스위스는 바로 `이 고용없는 성장'을 통해 대성공을 일구어 냈다. 그렇다면,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바로 `고용없는 성장'을 통해 창출한 부가가치로 관광산업 등 연관산업의 가치창출 인프라을 구축했고 이를 통해 연관산업에서 더 많은 고용창출을 만들어 냈다. 고용없는 성장이 진정한 신성장동력이고, 실질적 고용을 창출한다.

두 번째 역설. 스위스 국민은 여유로운 시간에 마테호른 등반에 오른다. 높은 노동생산성 없이 여유로운 시간과 돈을 확보할 수 없고, 돈과 여유시간의 확보없이 등반의 행복을 누릴 수 없다. 스위스 시계가 스위스 국민에게 가져다준 행복은 스위스 시계 자체가 아니라, 스위스 시계가 만든 높은 가처분소득과 여유로운 시간, 그리고 이를 활용한 문화생활, 스포츠생활, 자연친화적 생활이었다. 목표는 목표일 뿐, 결과를 바꾸는 것은 현실적 수단이다.

세 번째 역설. 디지털시계는 스위스 시계산업을 무너뜨렸고, 디지털시계는 시장에서 대세가 되었다. 그러나 스위스 시계는 대세에 편승하지 않고, 오히려 대세를 거부함으로써 생존방향을 찾았다. 디지털화에 추종하지 않고, 기계식을 고집한 채, 제품혁신을 과감히 추진함으로써 대대적 성공을 일구어낼 수 있었다. 디지털의 위협을 아날로그의 재치로 받아친 역발상이었다.

네 번째 역설. `고용없는 성장의 주범'으로 매도된 시계산업을 스위스가 포기했거나 방치했다면, 오늘날의 스위스는 존재하지 않았다. 스위스는 시계를 과감히 버림으로써 시계를 지켜내는 지혜를 발휘했다. 오늘날 스위스 시계를 차는 사람들은 단순히 시간을 알기 위해 스위스 시계를 사지는 않는다. 스위스 시계는 더 이상 시간을 보는 기계가 아니라, 부와 교양과 품격과 지위의 상징인 것이다.

스위스에 시계산업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IT산업이 있다. 스위스 시계가 그랬듯이, 한국의 IT산업도 `고용없는 성장의 주범'으로 매도되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 시계 없는 스위스를 생각할 수 없듯이, IT산업 없는 대한민국을 생각할 수 없다. 스위스 시계가 입증하듯 진정한 신 성장동력은 종종 `고용없는 성장'의 탈을 쓰고, 드러나지 않게 고용을 창출하고 행복을 증진시킨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가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스위스가 취한 자기부정의 지혜, `IT를 버려야 IT가 산다'는 역설,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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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이 지난 10 17일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미국 주식을 사라, 나는 사고 있다. 지금이 미국주식을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이후 미국의 금융위기 여파는 실물경제로 바로 옮겨 붙었고, 그 결과 주식시장은 더욱 하락하였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워렌 버핏이 틀렸다"고 했고, 또 일부는 워렌버핏이 투자한 부분에서 손실이 얼마 났다고 계산해서 그 평가에 흠집을 내려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진정 워렌 버핏이 얘기하고자 했던 것은 몇 달 정도의 기간을 두고 "지금이 바닥이니 주식을 사라"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분명히 "증시의 단기적인 움직임이나 한달 뒤, 혹은 1년 뒤의 상황을 예측할 수는 없다"고 했다. 수년의 시차를 두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얘기한 것이다. 또한 그가 말한 "다른 사람들이 탐욕을 부릴 때 두려워하고,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부려야 한다"는 말은 심리적으로 너무 쉽게 부화뇌동하지 말고, 어려울수록 냉정과 이성을 회복하라는 위로의 메시지였다.

주목할 것은 "나쁜 뉴스는 투자자들에게 최고의 친구이며, 미국의 미래를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게 해 준다"는 그의 말이 20세기 전반의 경제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사례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가 한 말은 세기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 하는 사건을 두고 한 말이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그가 말한 기회가 세기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하는 기회라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미국을 위시해서 전세계는 이미 실물경제로 번진 금융위기의 여파를 최소화하고, 나락으로 추락한 소비심리를 끌어올리고자 애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금 많은 분야에서 이른바 효과적인 `뉴딜정책'를 찾고자 애쓰고 있다. 워렌 버핏은 우리의 이러한 노력에도 매우 의미있는 권고를 해 주고 있다.

첫째 우리나름의 `뉴딜정책'을 모색하고자 할 때, 절대 부화뇌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즉 경기부양의 시급성에 취해 졸속의 뉴딜정책을 만들어내지는 말라는 권고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조달한 1억원은 경기가 좋은 시기에는 수억원의 가치가 있는, 그러한 돈이다. 정부가 조달해서 사용하는 `뉴딜정책'의 재원은 그만큼 투자의 파급성이 크고, 투자효과가 분명한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역설적으로 지금이 우리가 무언가 의미있는 구조개편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만일 경기가 좋은 때라면,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이해갈등에 파묻혀 한발짝도 나갈 수 없는 일을, 지금과 같은 준비상시국에는 할 수가 있다. 다시 말하면, 어려운 시기에는 정책시행상의 사회적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

셋째 지금이 구조개편에의 투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투자시점이라는 것이다. 즉 부화뇌동하지 않고 신중하고 올바르게 모색한 뉴딜정책이라면, 지금이 바로 중장기적으로 투자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기회라는 것이다.

워렌 버핏이 준 이 세가지 시사점을 기반으로 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정책에 IT인프라 정비 및 업그레이드 사업을 포함하여 적극 추진하라고 권고하고 싶다. 그 이유는 바로 IT인프라가 가지는 역할과 기능 때문이다. 무엇보다 IT인프라는 기술ㆍ사회ㆍ문화적 표준을 내포하고 있어, 낮은 전환비용으로 경제사회 프로세스 혁신을 가능케 한다. 또한 IT인프라는 네트워크 외부효과를 가지고 있어,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가치창출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늘어난 가치는 참여기업, 사회공동체, 그리고 많은 이해관계자 사이에 공평하고 공정하게 활용 또는 분배될 수 있다.

최근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EU 등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경쟁전략은 한마디로 고도화된 선진인프라 구축경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이 광가입자망을 대대적으로 구축하여 이미 세계최고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나,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아날로그 TV의 디지털전환을 내년 초에 완료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방형, 비면허 무선인지(Cognitive Radio)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입증하고 있다. 누가 우리를 추월해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세기에 한번 밖에 없는 `뉴딜'의 기회를 일회성 취로사업으로 날려버린다면, 이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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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 7일부터 9일까지 3일동안 두바이에 출장을 다녀 왔다. 세계경제포럼이 주관하는 GAC(Global Agenda Council)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도출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이 모임에는 전 세계로부터 68개 위원회에 걸쳐 총 700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하였다.

필자는 이동통신의 미래를 다루는 `모바일 통신의 미래'라는 위원회에 소속되어 있었으나, GAC의 설립목적에 따라 모든 위원회에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행동지침을 도출하라는 공통의 과제가 주어졌다. 금융시스템을 다루는 위원회는 금융시스템의 관점에서, 경제성장과 발전을 다루는 위원회는 경제정책의 관점에서 각기 동일한 과제를 풀어야 했다. 우리 위원회 역시 그 취지에 따라 이동통신의 바른 역할과 기여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답을 찾고자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비행기속에서 문득 새로운 의문이 떠 올랐다. 그것은 지난 3일동안 그렇게 머리를 맞댔던 지상목표, `더 좋은 세상'이란 과연 무엇이냐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었다. 생각이 이렇게 전개되니, 그 다음은 `세상은 과연 발전하는가? 발전한다면 언제까지 발전을 지속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으로 번져 나갔다. 700여명이 모여 찾고자 했던 해법도 해법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어려운 문제는 세계경제포럼이 내세우고 있는 목표, `세계의 진보'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기업의 존재와 그 운용메커니즘의 핵심인 주식시장, 그리고 이를 둘러싼 거대한 금융시스템이 지난 수백년동안 지구촌의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제자본이동이 투기화하여 국가간 자원배분의 왜곡과 양극화를 심화시킨 것 역시 사실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금융시스템은 중장기적으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한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더 나쁜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한 것인가.

명시적 동의는 없었지만, 전반적 분위기상으로 이번 모임에서 드러난 더 좋은 세상은 개략적으로 이런 세상인 듯했다. 첫째 고용이 많은 세상, 둘째 소비와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에너지와 자원의 결핍이 없는 세상, 셋째 기후변화에 따라 증대된 위험요인을 통제할 수 있는 세상, 넷째 지구 북서편의 선진국과 남동편의 후진국간 소득격차가 줄어든 세상 등 등.

그러나 이것으로, 세상은 과연 좋아진 것인가? 냉철히 살펴보면, 이들 중 어느 것도 진정한 의미의 `좋은 세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왜냐하면 계층간, 국가간 소득의 편차를 줄이는 것과, 계층과 국가를 통틀어 평균소득을 높이는 것 간에는 늘 구조적 상충이 있기 마련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늘 그중 하나만을 택하는 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높이자니 고용이 문제시됐고, 성장을 하자니 에너지소비와 탄소배출이 늘어났다. 늘어난 탄소배출은 기후문제를 야기했고, 그 결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국가는 별로 죄진 것 없는 저개발국가였다.

오염되지 않은 물을 공짜로 먹던 저소득 세상과, 오염된 물을 정제하여 돈을 주고 먹는 고소득 세상 중 과연 어느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인가? 법과 제도를 신뢰하여 사회적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저소득 세상과, 불법과 편법의 방치 속에서 높은 보안비용, 높은 안전시스템 구축비용을 지불하여 겨우 최소한의 신뢰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고소득 세상 중 과연 어느 세상이 더 좋은 세상인가?

열심히 일을 해서 번 돈을, 일하느라 고장난 몸을 치료하는데 모두 써야 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과연 발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세계 최고수준의 IT 인프라를 구축하여 비교적 높은 노동생산성과 신규 시장창출을 이루어냈는데, 그것이 고용을 대체하였다고 하여 다시 저생산성 산업구조로 회귀하려 한다면, 과연 그것을 발전이라 할 수 있는 것일까?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기에 더 좋은 세상이란 아마도 우리가 함께 현명함을 추구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뜨거운 국민적 합의와 공감이 넘치는 세상이 아닌 가 싶다. 그 세상을 향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것은 `공연히 문제를 야기하고, 야기한 그 문제를 다시 치유하느라 애쓰는, 지극히 비생산적인 행위'를 더 이상은 반복하지 않는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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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1908~1970)는 자신이 제시한 욕구 5단계 중 4단계, 즉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 안전욕구(safety needs), 소속욕구(love and belonging needs), 성취욕구(esteem needs) D-needs, 그리고 5단계, 즉 자아실현욕구(self-actualization needs) B-needs로 규정한 바 있다.

여기서 `D-needs'는 결핍욕구(deficit needs)로써, 물이나 공기와 같이 있을 때는 모르다가, 부족해지면 그때서야 `부족함에서 오는 고통'을 아주 심하게 느끼는, 그런 종류의 욕구를 말한다. 한편 B-needs는 이른바 정체성 욕구(being needs)로써, 부족해서 오는 고통은 없으나 사회적 기여나 높은 업적실현 등 `실행에서 오는 보람 내지 행복감'이 매우 큰, 그런 종류의 욕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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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 지식경제사회로 접어들면서, 적어도 중진국 이상의 국가들은 `대다수 국민들의 결핍욕구는 충족시키는 수준'의 사회기반시설 구비와 경제성장을 이루어 왔다. 선진국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정체성욕구를 추구하고 달성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제공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보다 높은 수준의 욕구충족을 실현시켜 주는 국가라야 비로소 선진국이라 할 수 있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조차 해결해 주지 못하는 국가는 후진국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21세기로 넘어오면서, 이러한 경제사회구조에 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핍욕구는 이미 해결하고 더 나아가 높은 정체성 욕구를 추구하던 선진국에서조차, 각종 위협요인에 의해 `결핍욕구' 충족의 전제가 되는 경제 사회적 기반이 붕괴되는 사건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911 사태, 지구온난화, 석유자원의 고갈, 환경오염 및 식수부족, 각종 사이버테러의 급증, 감염된 음식과 독극물, 그리고 최근의 글로벌 금융시스템 붕괴 등이 그 대표적 예이다.

워낙 기본적인 결핍욕구의 충족조차 어려운 후진국에게는 이들 위협의 대상조차 존재하지 않는데다가, 척박한 환경에 익숙해 있던 터여서, 이들 위협은 어찌 보면 머나먼 남의 나라 얘기밖에 안 되는, 허구의 위협이다. 그러나 이미 어려운 시절은 다 지나갔고, 오직 즐길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며 살아 온 선진국의 입장에서 이들 위협은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적이 누군지도 모르고, 나를 둘러싼 모든 기반시설이 언제 나를 공격할지 모를 때, 그리고 내가 믿고 의지하던 친구나 조직이나 사회제도조차 언제 나를 버리고 나를 공격할지 모른다고 느낄 때, 내가 느끼게 될 공포는 어찌 보면 식별가능한 적과 싸우는 전쟁터에서의 공포보다 더할지도 모른다. 신뢰의 붕괴와 의심의 확대가 가져오는 공포의 확산이 어떤 물리적 공포보다 큰 이유도 바로 이런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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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 말 지구촌에서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였다. `지속가능'의 개념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의미로 확대, 발전해 왔는데, 경영 경제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은 종종 `지속적 경쟁우위' `지속가능 성장'의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다. 다시 말하면, 변화무쌍한 경제 환경, 시장 환경에서 나의 우월적 지위를 지속하려면 부단한 자기혁신과 변화추구가 필요하다는 의미의 지속가능성이었다.

그러나 경제사회진화의 긍정적 요인보다 장애요인과 위협요인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은 바로 `지속가능 생존'의 의미로 전락하고 있다. 이른바 `탐욕' `불신'에서 비롯된 바벨탑의 건축이 오래가지 못하고 스스로 붕괴되었듯, `신뢰' `성실' `책임' `배려'의 결핍위에 구축되는 `지속가능 성장이나 발전'은 스스로 붕괴하여 `지속가능 생존'조차 위협받는 상황으로 전락되고 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세계경제의 `패닉현상'을 바라보면서, IT분야를 위시한 산업전반의 기술력, 지적자산, 노하우, 상호신뢰기반, 자신감, 상생의 문화, 정책의 일관성, 형평과 효율의 원칙 등 우리가 지난 20여년 동안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 온 귀중한 경제사회적 자산들이 이번 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행여 소실되지 않기를 기원한다. `지속가능(sustainability)'의 가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보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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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과 올해에 걸쳐 우리는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른 바 있다. 이른바 대의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는 투표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우리의 의사를 표출하였고, 이를 집계하여 민주적 대리인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의 대표자를 선출하였다.

그런데 자의든 타의든 모든 국민이 다 투표에 참가할 수 없는 현실에서, 우리는 선거가 끝나면 항상 선출된 대리인들의 대표성에 대한 논쟁에 휘말려 왔다. 지난 교육감선거에서 보았듯이 이러한 대표성 논쟁은 투표율이 낮을수록 그 정도가 훨씬 심했다.

국민적 의사수렴과정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위험은 비단 낮은 투표율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투표에 참가한 사람들이 행동양식이나 가치관에 있어서 매우 편향된 의식을 가지고 있거나, 사회적으로 강한 의사를 표명하는 집단이 특정 이해집단만을 옹호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적 행동이란 매우 복잡해서,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이면의 의도는 서로 다른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이해가 복잡하게 얽힌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심각성은 문제의 본질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이면에 감추어져 있을수록 더욱 커진다. 투표방식이나 투표율에 있어서 요건미달도 문제지만, 민의의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정보의 왜곡이나 의사표출집단의 편향성은 더욱 큰 문제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H. 하이먼은 일찍이 "개인은 자신의 행위와 판단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준거집단(reference group)이라는 하나의 비교대상 사회집단을 설정하고, 이 집단을 자신의 사회적 지위, 행복감, 사회참여, 부의 정도, 사회적 혜택 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다"고 했다. 이러한 준거집단이론에 따르면, 개인이 느끼는 경제사회적 권리나 혜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그 절대적 값보다는, 자신이 설정한 준거집단과 비교해서 나타난 상대적 박탈감에 의해 훨씬 더 큰 영향을 받는다.

지난 수개월동안 우리가 경험해 온 미국산 쇠고기수입을 둘러싼 촛불집회, 성장이냐 물가안정이냐에 대한 정책대립, 공기업개혁에 대한 입장차이, 공교육정상화 방법에 대한 이념논쟁, 광복과 건국의 상대적 의미부여에 대한 인식차이, 종교와 정치의 독립에 대한 보장요구 등의 사회적 갈등도 그 이면에는 상대적 박탈감이 자리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단순히 그 저변의 사정을 이해하여 사회적 공감의 폭을 넓히는데 있다면 문제는 비교적 간단하다. 그러나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미디어의 역할재정립, 민주적 의사표출 창구와 방식의 재정비, 법질서 확립을 통한 사회정의의 실현 등을 통해서 의사표출의 대의성을 높이고 각종 사회적 갈등을 적극적으로 줄여나가고자 한다면, 문제는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다.

이러한 문제인식은 사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어서, 문제인식 자체가 상황을 나아지게 하리라는 기대는 너무 순진한 기대이다. 사회인식의 다양화와 각종 계층, 그룹의 파편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경제사회적 해결책 및 기술정책적 방법론을 함께 모색하는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를 어떻게 형성해 나가느냐에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서 이미 10여년 전부터 개념화하여 국가적 연구개발정책과 IT정책에 적극 반영해 오고 있는 `사회통합(social cohesion)'은 사회계층간 경제사회적 갈등폭을 줄여 정책구사의 폭과 효과성을 높이려는 핵심적 노력의 하나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초고속인터넷의 보편적 서비스 정책, 정보기술을 활용한 노동유연성 제고방안, 가상통합 비즈니스 인프라 구축을 통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모델의 개발, IT기반 다목적 커뮤니티센터 건립, 인터넷미디어의 자생적 신뢰평가기반 육성 등은 우리가 이러한 방향에서 새롭게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IT분야의 과제들이다. `사회통합을 위한 IT정책과제'에 대한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 갈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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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움에는 두 가지가 있다. 금전적 여유가 한가지이고, 시간적 여유가 다른 한가지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당신은 어떤 여유로움을 원하십니까?"하고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두 가지 모두 갖고 싶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한갓 희망일 뿐, 현실은 두 가지를 한꺼번에 허용하지 않는다. 적어도 세상의 분배 메커니즘이 어느 정도 공평하고 외생요인의 영향이 없다면 말이다.

이 법칙은 한마디로 `여유로움 총량 불변의 법칙'이라고 할 것이다. 인생을 1이라고 봤을 때, 어떤 사람이 그의 인생 대부분을 돈 버는 데에 썼다면 그는 재정적 여유를 0.9 가질 수 있는 반면, 시간적 여유는 0.1밖에 가질 수 없고, 만일 그가 시간적 여유를 0.9 정도 갖고자 했다면 그는 돈 벌 시간이 거의 없어 재정적 여유는 0.1밖에 가질 수 없으리라.

`여유로움 총량 불변의 법칙'을 국가단위에 적용해 보면, 생산활동에 투입하는 총시간을 늘릴수록 부가가치가 늘어 수입이 증가하나, 그 대가로 그렇게 번 돈을 쓰고 즐길 시간적 여유는 그만큼 줄어든다. 반대로 국가가 예컨대 주4일 근무제로 바꾸고 공휴일의 수를 늘리면, 소비나 휴식에 쓸 시간은 느는 대신 생산 활동에 투입되는 총시간은 줄어 그 시간에 쓸 수입은 감소한다.

이 법칙에 의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금전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사이에서 적정 절충점을 찾는 것일 뿐, 두 가지를 모두 쟁취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를 해소할 묘안은 없는 것일까?

`
세테리스 파리부스(Ceteris Paribus)'. 우리는 여기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여유로움 총량불변의 법칙'의 전제가 되었던 세테리스 파리부스, `고정된 외생요인'을 과감히 `조정해야 할, 아니 최적화해야 할 외생요인'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 첫째는 외생요인을 조정해서 시간적 여유를 유지하면서도 단위시간당 부가가치 생산을 대폭 증가시켜 금전적 여유를 확보하는 것이다. 혹자는 여기에 대단한 묘미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국가경제적으로 불필요한 일을,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만들어 내는 일을 최소화하고, 거치지 않아도 될 행정프로세스를 과감히 타파하며, IT를 포함한 가치혁신기술의 도입을 통해 단위시간당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같은 시간적 여유라고 할지라도, 시간적 여유의 내재적 가치를 어떻게 증가시킬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여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다. 같은 휴식시간으로 TV오락프로를 볼 수도 있고, 미래 사이언스 탐구나 선진국가의 우수한 사회제도와 역사, 또는 혁신기업의 자기혁신 노력에 관한 프로를 볼 수도 있다. 아니면 차라리 독서나 운동을 하면서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생동감과 충만함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우리가 갖는 시간적 여유의 내재적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사회규범이나 생활규범이라면, 이 부분에서 우리가 조정해야 할 외생변수의 영향은 막대하다.

셋째는 생산에 투입하는 시간과 휴식ㆍ오락에 투입하는 시간은 중첩될 수 없다는 선입견을 과감히 타파하는 것이다. 이는 이른바 `워크테인먼트(worktainment)'라는 용어가 의미하듯 `일이 곧 즐거움이요 놀이'라는 생각의 전환이다. 세계적 초우량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 사훈중 하나는 바로 `즐거움(fun)'이다. 기업과 조직문화를 `대립적, 투쟁적 문화'에서 `여유로움과 즐거움의 문화'로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때론 `놀기 위해 회사에 출근한다'는 얘기를 떳떳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지식경제부는 새로운 IT정책방향으로 `IT정책'을 제시하였고, IT활용을 위한 세부정책으로 `IT Innovation 2012'를 전경련과 공동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 새로운 IT정책들은 IT 역할 재정립을 통한 경제성장과 사회혁신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바, 매우 크다. 그러나 내용적 측면에서 적어도 위의 세 가지 해법에 관한 진지한 실천적 고민을 더 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

워렌버핏은 "주식투자가 자신이 다닐 회사를 선택하는 문제와 비슷하다"고 말 한 적이 있다. 이는 정책수립에도 똑같이 적용될 듯하다. "정책수립은 자신이 살 사회를 선택하는 문제와 비슷하다. 그것은 `어려움'의 문제라기보다 `올바른 선택'의 문제다. 올바른 정책을 선택해야 시간 낭비와 고통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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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경영학자 윤석철 교수는 13 "한국의 대통령들은 '' 벗은 후에 존경받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대 기초교육원에서 열린 초청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학에서 인생과 경영을 배우다’를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에서 윤 교수는 "한국의 대통령들은 퇴임 후에 감옥에 가거나 국민들의 원성만 듣는다"며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수난사를 언급했다.

윤 교수는 "샤를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은 생전에 국민과 갈등을 겪었지만 프랑스 국민은 국민의 이름으로 묘비를 헌정하고 묘지를 성역화 했다" "드골처럼 옷을 벗은 후에도 존경 받을 수 있는 인간적 매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보직을 마친 후에도 그 사람의 내재된 바른 인격과 도덕성 등이 존경 받을 수 있는 조건"이라며 "자신을 희생하는 가치관이 녹아 있는 삶의 자세가 그러한 본질"이라고 전했다.

윤 교수는 1958년 서울대 독어독문학과에 입학했으나 진로를 바꿔 1963년 물리학과 학사를 취득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무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거쳤으며 현재 한양대 경영대학 석좌교수이자 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날 강연에는 오세정 물리천문학부 교수와 강창우 독어독문학과 교수, 박상욱 경영대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으며 학생과 교직원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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